본문 바로가기

生의 한가운데

모 백화점 21주년 기념 세일에서 있었던 일

10 여년전 모 백화점이 창립 21 주년 기념 세일을 할 때였다. 떨이 상품 중에서 괜찮은 게 있으면 사볼까해서 백화점을 방문했었다. 그런데 백화점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눈에 좀 거슬리는 게 있었다.

"21th anniversary"

백화점 곳곳에 이런 플래카드가 주렁주렁 달려 있었고 벽에도 여기저기 붙여져 있었는데 심하게 표현하자면 거의 도배를 하다시피 백화점 곳곳에 붙여져 있었다. 아마도 기념 세일 기간 내내 이런 상태를 유지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뭐가 눈에 거슬렸는가 하면 바로 "21th"다. 이건 "21st anniversary"라고 쓰는 게 맞다.

그래도 유명 백화점인데 왜 저런 우스운 일이 벌어졌을까? 아마도 행사 준비를 할 당시에는 당사자들이 몰랐던 단순한 실수였을 것이다. 이런 정도의 실수야 누구나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행사가 진행이 되면서는 알게 되었을 확률이 높다. 설마 그 많은 직원들이 아무도 몰랐을거라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이런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옳은가에 대한 해답은 사실 없다고 본다. 백화점의 이미지를 생각한다면 당장 다 떼어내고 새로 만들어서 붙여야 되지만 예산상의 문제를 생각한다면 별 문제없이 그 기간이 빨리 지나가기를 비는 수밖에 없다.



그런데 세일 기간 내내 백화점 곳곳에 도배를 하다시피 붙여 놓았어야 했는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저 사실을 인지했다면 도배를 하다시피 붙여져 있는 것들을 다 떼어내고 잘 보이는 몇군데에만 새로 만들어서 붙이는게 좋지 않았을까 싶다. 아마 나라면 그렇게 했을 것 같은데 그 내부사정이야 외부에서 모르는 것이고 누구나 할 수 있는 단순한 실수로 보이니 크게 문제삼을 일은 아니다.

그 다음 해 기념 세일에 가봤더니 "22nd"로 제대로 표기되었던 것으로 봐서는 역시 단순한 실수였고 행사가 진행된 후에야 알게 되었던 것 같다. 그렇지만 담당자들은 아마도 속된 말로 '허벌나게 깨졌을 것'이고 세일 기간 내내 그 플래카드를 볼 때마다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이건 그저 내 기준으로 상상해 본 것이다.

그 백화점은 내년에 창립 31 주년이 된다. 설마 담당자들이 10년 터울로 똑같은 실수를 하지는 않겠지만 부지불식간에 저지를 수 있는 정도의 간단한 실수이기에 체크리스트 상위에 올려서 체크를 하지 않으면 또 빠뜨리고 똑같은 실수를 할 수도 있다. 서류상으로는 문제가 없었지만 인쇄하는 곳에서 잘못할 수도 있다는 것도 염두에 두어야만 실수할 가능성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21th"가 뭐가 문제인가 하는 분들을 위해 12월 1일자 워싱턴 타임즈(The Washington Times)에 실린 글 중에서 한 줄을 인용한다.

"What Britain was to the 19th century and America to the 20th, China will be to the 21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