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사실이 참담하기 그지없는 날들이다. 대한민국이란 나라가 전근대적 왕정 국가도 아니고, 독재 집단인 김정은 왕조도 아니고, 그래도 나름 법치국가라는 곳에서 어찌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 어이가 없고 도무지 납득이 안 된다. 어째 뽑아놓는 대통령들마다 권력형 부정부패로 공분을 자아내고 절망하게 하나.
 
대충만 봐도 최순실 일당은 마치 화무천년만년홍이라도 되는 것처럼 거칠 것 없이 대놓고 강탈하는 수준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저들은 애써 주위를 살피는 시늉조차도 않고 노골적이고 담대하게 농단해오고 있었던 듯한데 과연 야당, 언론, 방송이 몰라서 저 지경이 될 때까지 방치될 수 있었다는 것일까? 그들은 지난 대선 직후 당시 박 당선자의 올케 실명까지 직접 거론하면서 '박근혜, 네가 똑바로 하는지 내가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볼게'류의 적개심 가득한 악다구니를 쏟아내던 자들 아니었나?
 
최순실이라는 자가 듣도 보도 못했는데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도 아니다.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문서에 따르면 최씨 일가에 대해 떠돌던 소문은 적어도 2007년경에는 정치판에서는 공공연하게 사실로 받아들여졌던 것으로 보인다. 최씨 일가에 대한 소문이 세간에 알려진 것은 그보다 훨씬 이전인 10.26 직후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미 최씨 일가와 주변 인맥에 대해서는 철저한 감시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을 그들 다 인지하고 있었다고 봐야 맞지 않나?
 
지금 와서 최순실이 누군지 몰랐다고 떠드는 자들을 보면 가소롭고 역겹다. 그들이 최순실 패거리가 저 지경까지 농단하도록 모르고 있었다면 대단히 멍청하거나 직무를 유기했었다는 자백 아닌가? 저들도 결국 최씨 일당의 공범 혹은 방조범들이란 것과 뭐가 다른가? 하루가 멀다 하고 타이틀만 읽기에도 벅찰 정도로 수많은 부패 비리를 쏟아내는데 그동안은 어디서 뭘 하고 있었다는 걸까? 그 정도의 정보력과 취재력이라면 지금의 10분의 1만 주의를 기울였어도 저 지경까지 방치되지는 않았을 것 아닌가?
 
문재인이 안 되는 이유
 
사태가 이 지경인데도 지금의 혼란을 수습하려는 정치꾼들은 없고 오로지 주판알 튕기는 데만 급급하고 늘 그래왔듯 국민의 뜻 들먹이며 '제 논에 물 대기'에만 골몰하고 있다. 지금 이 혼란 상태가 수습되는 것 보다는 길어질수록 더 늘어날 파이를 저울질하며 즐기려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결국 이 혼란 상태가 더 길어져봐야 서민들만 죽어나자빠지면 될 텐데 아쉬울 것도 없는 자들 아니겠나. 서로가 청와대에 들어갈 꿈을 꾸는 듯한데 그래봐야 다 그 나물에 그 밥, 역대 정권과 뭐 달라질 게 있겠나.
 
최씨 사태가 터지자 문재인이 '거국내각을 구성하면 대통령을 돕겠다'는 투의 말을 했다. '퍽이나, 그 정도의 사명감과 그걸 관철시킬 정도의 강단이라도 있으면 지금 청와대에 있지 거기 있었겠냐?' 그 당시 내가 가졌던 생각은 대충 이러했고 그렇게 진행되고 있는 중이다. 물론 이권과 관련되는 부분에서의 입장차이라는 이유도 크지만 문재인은 이 혼란을 수습할 만한 정치력과 리더십이 없다.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이나 언론 따위들이 바닥 민심을 갖고 제 멋대로 이용했었지만 바닥 민심이 문재인 쪽으로 기울었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게 설마 문재인이 빨갱이라서였겠나? 아니면 자칭 좌파 나부랭이 따위들이 교화해야 할 무지랭이들이라서였겠나? 한국에서 자칭 좌파 찌끄러기라며 헛소리 지껼여대는 것들 보다 못난 바닥 민심은 아직까지 보지 못했다. 관건은 믿음을 주느냐 못 주느냐에 있다.
 
아직 판이 안 깔렸으니 섣부르긴 하지만 이 혼란 상태가 길어질수록 야권의 예비 후보들 중에서 불리해지는 쪽은 문재인이다. 문재인은 대통령과 엮여 있고 대통령이 최대한 좋게 끝낼 기회를 놓치고 있는 것처럼 문재인도 시기를 놓치고 있다. 다소 욕을 먹더라도 대통령을 좀 더 압박해 이 혼란 상태를 주도적으로 수습하며 믿음을 주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추미애 회담 건도 그럴 기회를 놓친 뒷북이었으나 사태 수습 의지는 보여줬어야 했는데 우스운 꼴만 됐다. 콘크리트 지지층만 갖고는 힘들 것이다.
 
사실 문재인은 은퇴 서민들 주머니 탈탈 털어먹은 저축은행 사태 하나만으로도 리더가 되겠다고 나오면 안 되는 거였다. 권력형 부정 부패 비리의 중심에 있었던 자가 리더가 되겠다고 나선 건 넌센스다. 그럼에도 늘상 유력 대권 후보로 받아들여지니 정치꾼들이 민중을 깔보고 함부로 하는 것일 게다. 민주 독재하겠다고 대놓고 떠드는 소위 친노그룹이 콘크리트 지지층인 문재인은 리더가 되면 안 된다.
 
노무현의 역겨웠던 10분의 1 論
 
하이에나 떼는 사자가 한 번 빈 틈을 보이거나 힘이 빠졌다는 것을 알아채면 더 이상 사자를 무서워하지 않는다. 그럴 때 사자에겐 하이에나 떼에게 처참하게 물어뜯겨 죽거나 사냥한 노획물을 하이에나 떼에게 던져주고 떠나는 굴욕을 견디거나 그 외에 다른 선택지는 없다. 그런데 떠날 듯이 비척거리던 사자가 어쩐 일인지 돌연 몸을 돌려 버티기에 들어갔다.
 
이럴 때 먼저 사자를 공격하는 하이에나가 나와줘야 되는데 서로 귀하게 될 몸들인지라서인지 행여 어디 상처라도 생길세라 서로 눈치만 보고 있다. 그러면서 토끼들 앞세워서 사자를 쫓아내라고 선동한다. 토끼는 어차피 하이에나 떼의 먹잇감이 될 처지이지만 사자가 물어뜯기는 걸 박수치며 즐긴다. 그런데 하이에나 떼가 사자를 물어뜯지 않으면 토끼는 왜 빨리 물어뜯지 않느냐고 화를 낼 것이다.
 
대통령이 그 직을 유지하겠다고 버티면 현행 헌법 하에서는 마땅한 수단이 없다.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사태를 거치면서 그나마 있던 국회의 탄핵 의결권마저 형해화(形骸化)됐다. 여기에 고민이 있고 야당이 탄핵 카드를 꺼내기에 주저하는 이유 중에 하나이기도 할 것이다. 그러다 보니 '차라리 탄핵이 낫다'고 뻔뻔하게 떠들어대는 아둔한 새누리 부류들도 보인다. 이런 걸 똥배짱이라 하나?
 
노무현 탄핵 관련한 헌재의 결정은 국정 중단 사태는 막았지만 국회의 대통령 견제권인 탄핵 의결권을 완전히 무력화시킨 과실이 훨씬 크다고 본다. 헌재의 논리로는 국회에서 의결된 탄핵소추는 모조리 기각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더 큰 문제는 그로 인해 '터무니없는 일로 꼬투리를 잡아 노무현을 죽이려고 했다는 사실을 헌재가 증명해준 셈'이라는 식으로 대중들에게 인식되어졌다는 것이다. 그게 결국에는 엄청난 후폭풍을 가져왔고 정치꾼들에겐 상당한 트라우마를 안겼다.
 
지금도 노무현은 마치 별 잘못도 없이 탄핵 당했다는 말들이 퍼지고 상당부분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런데 당시 노무현은 대통령 본인은 물론 그 일가족과 측근들이 줄줄이 부정 비리에 연루되었다. 지금은 대통령이 직간접적으로 연루되긴 한 듯하나 사적인 용도로 유용한 것 같지는 않고 측근 비선이 연루되었긴 했으나 일가족이 엮여 있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법적인 의미에서 죄질이 더 나쁜 것은 현 대통령이 아니라 노무현 전 대통령 쪽이었다고 할 것이다.
 

 

또 삼성이다. 삼성과 밀월관계를 유지했던 건 노무현도 마찬가지였다. 노무현 정권은 삼성 공화국이라는 자조적 한탄에서 보듯 대부분 삼성에 의해 결정될 정도의 관계였던 것으로 보인다. 지금의 jtbc 구조는 그 관계의 연장선에 있다고 판단한다. 나는 손석희 같은 부류들의 선의를 신뢰하지 않는다. 악으로 인식된 악은 위협적이지만 그보다 훨씬 더 고약한 건 선으로 위장한 악이다.
 
노무현은 대선 때 삼성으로부터 불법으로 받았다고 밝혀진 것만 30억이다. 노무현은 당시 시민들이 모아준 수십억을 받으며 눈물을 흘렸다고 여론몰이를 했지만 희망돼지저금통 모금액은 7억6000만 원 정도였던 것으로 보인다. 당시 노무현은 상대편 보다 10분의 1을 넘게 받은 게 밝혀지면 대통령 직에서 물러나겠다는 몹시 역겨운 궤변을 늘어놓았었다. 그런데 10분의 1을 훌쩍 넘어 거의 5분의 1에 육박했던 것으로 기억되고 노무현은 그 말에 대해서 끝내 책임을 지지 않았다.
 
노무현이 제시한 10분의 1 가이드 라인은 여전히 유용하게 쓰여진다. '저 놈들이 해쳐먹은 거에 비하면 내가 해쳐먹은 건 새 발에 피야. 그러니까 내가 더 정의로워' 대략 이런 식의 논리 말이다. 최순실이 박근혜를 등에 업고 저 정도 해쳐먹었지만 문재인이 안철수가 또 다른 누가 청와대 들어가면 그 한 10분의 1만 해쳐먹을 거니까 안심하고 투표해도 돼. 뭐 그런 찌질하고 역겨운 논리로 변할 거다.
 
노무현 탄핵 때와 현재가 다른 건 하나다. 노무현 탄핵 때 열우당은 극렬하게 저항했지만 지금의 새누리는 탄핵하자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는 것이다. 헌재가 국회의 탄핵 의결권을 형해화시켜버린 결과다. 만약 박근혜 탄핵소추안이 의결되고 그를 기각하지 않으려면 초딩 수준의 논리를 내세워야 할 거다. 현행 헌법에 근거해 탄생한 헌재가 도리어 현행 헌법을 퇴행적으로 만들었다는 게 내 판단이다.
 
하야는 곧 혁명, 선택은 젊은층의 몫
 
'제 2의 6월 항쟁'? 정치꾼 나부랭이들은 왜 틈만 나면 이 따위 헛소리들을 지껄여댈까? 지금의 상황을 당시와 비교한다는 게 가당키나 한 일인가? 정치꾼들이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는 건 현 헌법을 무시하겠다고 전제하는 것이고 결국 그들도 다 존재의 근거를 잃는 것이니 해체해야 맞는 거다. 대중의 분노를 조장해 혼란을 끌어가려는 꼼수를 부리다가는 역풍을 맞게 될 것이다.
 
현 정권은 현행 헌법에 따라 민주적이고 합법적으로 탄생했다. 전 국민의 공분을 살 비위 사실이 있다 해도 대통령이 그 직을 유지하겠다고 버틴다면 마땅한 수단이 없다. 광화문으로 몰려가 대통령을 하야시키려 하는 건 혁명을 하겠다는 것이 되고 그건 6월 항쟁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대통령을 하야시킬지에 대한 선택은 젊은층의 몫이라 본다. 386과 297 세대에게 오염되지 않은 젊은층에 의해 새로운 물이 유입되지 않으면 썩어빠진 정치판을 갈아엎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한민족 역사상 최단 시간 내에 부패하고 타락해 버린 386과 297 떨거지들을 함께 몰아내지 못한다면 젊은 세대와 그 후손들은 지금 드러난 악보다 훨씬 더 고약한 악과 싸워야 할 것이다.
 
현재의 악을 단죄한다고 단순히 정권만 바꾸는 것은 도리어 다른 악에게 정당성을 넘겨주어 그들의 발호를 용인해주는 꼴이 된다. 지난 4.19와 6.29 그 후처럼 말이다. 長江後浪推前浪 一代新人換舊人. 저 썩을대로 썩은 장강을 살리려면 이젠 그래야 한다. 젊은층이 장강에 유입되지 못하게 지류에서 막고 있는 것이 어느 한 악만에 의해서 저질러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to be continued
내가 박 대통령에게 투표했던 한 계기, 위키리크스 外 a couple of things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