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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변연' 탈북자 이혼의 심각? 어설픈 훈계의 불편함

 

 

탈북자 이혼 문제가 꽤 심각하다는 방증인가? 주말 황금시간대에 방송된 드라마에서 탈북자 이혼 문제를 에피소드로 다루었다. 얼마 전에 끝난 '이혼 변호사는 연애 중(이변연)' 이야기다. 드라마의 전개에서 탈북자 이혼 에피소드가 딱히 필요하지도 않았고 별로 공감가지도 않았다. 그런데도 굳이 탈북자 이혼 문제를 다룬 것은 문제의 심각성 보다는 계몽적 성격이었던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이변연'은 상기한 탈북자 이혼 문제를 다루었다는 것 그리고 내로라하는 초특급 배우들이 매 케이스마다 카메오로 등장했다는 것 외에 딱히 이목을 끌 만한 특별한 것은 없다. 이 드라마가 낮은 시청률로 종영된 것은 당연한 귀결이었는데 그 원인을 마치 로맨틱 코미디 혹은 착한 드라마의 외면이라는 그럴싸한 곳에서 찾는 의견도 보인다. 하지만 이 드라마가 주목받지 못한 것은 엉성해보이는 대본과 시청자를 향한 어설픈 훈계에서 오는 불편함 탓에 있다고 본다.

이혼이라는 소재를 다루면서 이혼의 현실적인 문제와 이혼 현장에 있는 변호사들의 행태에 대해서는 의식적으로 비껴가면서 이상적인 방향으로만 끌고가며 시청자를 훈계하려고 했던 게 잘못된 선택이었다. 시청자는 대책없이 희망적이기만 하거나 어설픈 계몽적인 내용에 더 이상 반응하지 않는다.

드라마에서처럼 보따리 싸들고 의뢰인을 찾아다니며 이혼을 만류하고 읍소하는 이혼변호사가 현실에 과연 있기는 할까? 그런 비현실적인 변호사를 앞세워 이혼이란 소재를 다루는 것만으로도 공감하기 어려운데 그 비현실적인 변호사를 앞세워 시청자를 훈계까지 하려고 하는 것은 억지에 가깝다. 판타지도 아니고 현실도 아니고 그렇다고 내용에 별로 감흥이 없는데 거기에 어설픈 훈계까지 곁들인다면 보는 사람 입장에선 이보다 더 최악은 없다. 이런 드라마가 시청자들로부터 외면받는 건 당연하다.

이 드라마는 로맨틱 코미디라고 하기에도 너무 엉성하고 스토리 전개가 매끄럽게 연결되지 않았다. 로코에 나오는 클리셰들이 있는데 이 드라마에서는 마치 물과 기름처럼 따로 노는 느낌이었다. 방송 초반에는 그런대로 봐줄 만은 했는데 방송 분량과 관련해서 생긴 문제였는지 어떤 사정인지는 모르나 어느 순간부터 중구난방으로 나열만 됨으로써 그나마 있던 기대감마저 사라지게 만들었다.

'이변연'은 흔히 막장이라고 하는 드라마에서와 같은 자극적인 설정은 없다. 그래서 시청자가 착한 드라마를 외면한다고 분석하기도 하는데 내 생각은 다르다. 자극적인 설정이 드라마 전개에 있어서의 개연성과 당위성을 충분히 설명할 수만 있다면 막장이라고 볼 수는 없고, 자극적인 설정이 없어도 진부하게 진행된다면 착한 드라마라고 할 수는 없다. 단순히 자극적인 설정만 없는 그저그런 드라마를 만들어놓고 시청률이 낮으면 시청자는 착한 드라마를 외면한다고 분석하는 것은 잘못이다.

간통죄 폐지 풍자라기엔 핀트를 잘못 맞춘 듯

'이변연'은 드라마를 끌고 가는 큰 사건과 작은 각각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다. 그런데 큰 사건의 전개가 맥이 자주 끊기고 큰 사건의 전개와 각각의 에피소드가 따로 놀아 뒤죽박죽이었다. 큰 사건의 전개를 방해한다면 에피소드를 희생시켜야 할 듯한데 오히려 큰 사건을 희생해가면서까지 등장시킨 각각의 에피소드가 드라마의 전개에 왜 필요한지 잘 설명이 되지 않는다. 드라마 평과 연결할 의미를 찾을 수도 없으므로 그와는 별개로 두 가지 케이스를 언급해본다.

간통죄 관련한 에피소드는 '간동재'를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간음 혹은 추행'으로 다시 소위 '빵'에 집어넣는다는 결론으로 끝난다. 이것을 갖고 간통죄 폐지를 풍자하려고 했다면 헛발질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였다고 본다. 간동재가 간통죄 판결을 받았다면 간통죄가 폐지됐다 해도 이혼 소송은 유리한 상황이고 양육권이 문제가 되는 거라면 그에 대한 해법이 현실적이다. "간통죄 폐지가 불륜을 허용한 거라고 믿었던 간동재씨 잘못이죠"라는 대사가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처럼 공허하게 들렸다.

간통죄 폐지는 간통 행위를 형사처벌하지 않는다 즉 소위 '빵'에 집어넣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간통죄와는 보호법익이 다른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간음 혹은 추행'으로 다시 '빵'에 집어넣고는 간통죄를 풍자한다는 것은 꽤 웃긴다. '간통죄'와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간음 혹은 추행죄'는 다르다. 간통죄 폐지 문제를 다루려면 현실적으로 그럴싸한 케이스를 들고 나왔어야 했다.

간통죄 폐지로 인한 폐해가 어떤 식으로 나타날지 아직은 누구도 알 수 없다. 현재로선 '간통죄 폐지가 불륜을 허용한 거라고 믿으면' 낭패를 볼 거라는 원론적인 것만 말할 수 있을 뿐이다.

예견해 볼 수 있는 것은 현재 법원이 취하고 있는 유책주의가 빠르게 파탄주의로 바뀔 거라는 것이다. 미국식 변호사 제도를 받아들였으니 미국식 파탄주의로 가는 건 당연히 예정된 수순이라 할 수 있다. 부연하면 유책 배우자 즉 불륜을 저지른 배우자도 이혼청구를 할 수 있게 바뀐다는 것이다.

그리고 간통죄 폐지가 마치 불륜을 합법적으로 허용한 거라고 믿는 자들이 알아둬야 할 건 간통죄와는 달리 불법수집 증거가 이혼 소송에서 증거로 받아들여지게 된다는 것이다. 얼마전에 불법도청 자료가 이혼 소송 증거로 인정받았던 사건이 있었다. 간통죄 재판이었다면 이것은 당연히 증거로 인정받을 수 없었지만 이혼 소송이었기에 증거로 인정된 것이다.

물론 불법도청을 한 것에 대한 처벌은 감수해야 하는데 이렇게까지 한다는 건 끝장을 보겠다는 뜻이다. 간통을 하면서 이혼은 못 하겠다는 자들의 고약한 심뽀가 잘 이해되지 않지만 어떻든 끝장을 볼 생각이면 간통죄 입증하는 것보다는 용이한 것은 맞다.

탈북자 이혼 문제, 심각성인가 계몽인가

탈북자들의 이혼 문제는 그들의 탈북 스토리 만큼 가슴 아픈 것도 아니고, 여느 사랑 이야기처럼 아름다운 것도 아니고, 그들의 특수한 상황이 있기에 섣불리 말할 수도 없다. 탈북자들을 위한 현재의 이혼 제도가 한국에 입국해 있는 탈북자들의 여론을 수렴해 만들어진 것이겠지만 과연 전체 탈북자들의 복리를 위한 제도인지 등에 대해서는 당사자가 아니라면 판단정지에 머무르는 게 맞을 것 같다.

'이변연'에 나오는 탈북자 이혼 문제는 어떤 소송인지 불확실하다. 기사를 보면 리북녀(신동미)가 한국에 와서 북한 남편 남계진(이준혁)과 이혼한 후 한국남(서동원)과 재혼해 살고 있던 상태였는데 남계진이 살아 돌아와 리북녀를 향해 이혼무효소송을 진행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 내용은 부정확하다. 리북녀가 한국에서 이혼했다면 재판상 이혼을 의미하고 재판상 이혼에 대해서는 이혼무효소송으로 이혼 판결을 무효로 만들 수는 없다. 이것은 혼인취소소송이었어야 맞다. 리북녀는 남계진이 죽은 것으로 믿었다고 했는데 굳이 한국에서 이혼 소송을 할 필요는 없었을 것이고 남계진 입장에서는 중혼으로 인한 후혼(뒤에 한 결혼) 취소 소송을 하는 것으로 설정했어야 했다.

탈북자 이혼 문제가 불거지면서 한국은 2007 년 약칭 '북한이탈주민법'에 이혼 특례를 규정한다. 중혼을 금지하고 있기에 그것을 해소하기 위한 이혼 의제 제도라고 할 수 있다. 북한에 배우자가 있는 사람이 한국에 와서 혼인을 하려고 하면 금지된 중혼에 해당하므로 먼저 북한에 있는 배우자와 혼인을 해소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북한 배우자에게 송달할 수 없으므로 공시송달을 통해 이혼을 인정해주는 것이다.

북한에 배우자가 있는데 그 배우자가 한국에 거주하는지 불명확한 경우 이 제도가 적용된다. 탈북자가 한국에 입국하면 가족관계 등록을 창설하게 되는데 여기에 북한의 배우자를 기재하게 되면 향후 한국에서 혼인을 하게 되었을 경우 금지된 중혼을 피할 길이 생긴 것이다.

드라마에서 신동미는 남편 남계진이 탈북 과정에서 죽은 것으로 믿었으니 굳이 한국에 입국해서 가족관계 등록부에 남편을 기재했을 것 같지는 않다. 대개의 탈북자들은 북한에 남겨진 가족들의 안전이 걸린 문제이므로 한국에 입국해서 가명을 쓰고 얼굴이 노출되는 것마저도 극히 조심해야 하는데 가족관계 등록부에 곧이곧대로 기재할지는 사실 의문이다.

드라마는 남계진이 리북녀를 포기하는 것으로 결론냈는데 이것이 현실이기도 하겠지만 계몽적 성격이 아닌가 싶다. 그런데 똑같이 사선을 넘어왔는데 먼저 온 리북녀에게는 이혼할 길을 열어주고 나중에 부인을 찾아 사선을 넘어온 남계진은 두 눈 뜨고 부인을 놓아주라는 것이 과연 어떤지에 대해서는 당사자가 아니면 어떠한 의견이든 내놓을 수 없고 상기했듯이 판단정지하는 게 맞다고 본다.

드라마에서처럼 북한 남편이 한국에 오는 경우는 같은 정서를 공유하는 한민족이니까 지지든 볶든 한국에서 해결하면 된다. 그런데 탈북자들의 경우 중국 등 제 3 국에서 남편이 튀어나오기도 한다. 중국으로 팔려간 북한 여성들은 십대 중반의 어린 나이에 인권침해를 당하기도 한다. 중국인 3 대가 북한 여성을 사서 성 노리개로 삼았다는 구역질나는 케이스도 있을 정도로 중국인들의 행패는 야만적이다.

문제는 중국에서 인권침해를 당한 북한 여성 중에는 한국에 입국해서도 인권침해가 계속되는 경우도 있다는 데 있다. 생긴 아이에 대한 정을 차마 떼지 못하는 것을 악용해 아이를 중국에 붙잡아두고 또는 한국으로 따라와서 등골 빼먹는 짐승같은 자들이 있고 방법을 몰라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것 같다. 한국에 입국하는 탈북자들이 법과 제도를 몰라서 또는 변호사를 선임할 돈이 없어서 인권침해나 불이익을 당하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지원하는 것이 이런 계몽적 성격의 드라마를 만들거나 탈북해서 1 년 공부해 서울대 갔다는 등의 황당한 것들을 선전하는 것보다 더 실질적인 탈북자 지원 대책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