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면가왕'에 클레오파트라가 등장해 '3 대' 편에서 어처구니없어 보일 정도로 훅 떨어졌던 급은 다시 올려놓았다. 또한 육중완, 홍석천, 소진처럼 가면이 벗겨지고 난 후 자기에게 주어진 무대를 온전히 즐기고 내려온 것도 '3 대' 편에 비해 한결 개선되었다. 그리고 편집점에서도 한 가지 변화가 생겼는데 그에 대해서 어떤 판단을 내리고 단정할 단계는 아니지만 개인적으로 유의미한 변화라고 본다.

프로그램의 컨셉 상 어느 정도의 수준으로 최소한 대여섯 달은 유지되고, 그 후에 인적 또는 질적으로 더 확장되든가 하락하든가 결판이 나는 게 정상이다. 그런데 '3 대' 편은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프로그램이 안고 있는 한계가 예상보다 빨리 왔다는 생각도 해볼 정도로 총체적 난국으로 보였다. '4 대' 편을 보니 아마도 프로그램이 자리를 잡아가는 과정인 것으로 봐야 될 듯하다.

엄청난 내공과 실력을 보여준 클레오파트라는 대다수의 시청자들도 김연우로 추정하는 듯한데 나 또한 김연우가 맞다고 본다. 콜라보 때는 여자 쪽의 목소리가 너무 얇아 거슬리는 부분들이 있었는데 편곡도 약간 여자 파트에 치우쳐 있어서 클레오파트라에게 상대적으로 신경을 덜 쓰게 됨으로써 클레오파트라가 압도적인 실력이라는 것은 알겠으나 누구일지 짐작해볼 만한 여유는 없었는데 다음에 솔로 첫 파트를 때리고 나올 때는 '어 김연우네'라고 짐작할 수 있었다.

김연우라면 저 정도 가리고 나오는 게 맞다. 껍데기도 가리고 인터뷰 때 목소리도 마이크 변조 뿐만 아니라 자체 변조도 하는 게 맞다. 마이크 변조만 갖고 '발성의 교본' 김연우의 목소리를 숨길 순 없다. 김연우는 노래할 때보다 오히려 말할 때의 특징이 뚜렷해서 듣자마자 바로 알았을 거다.

김연우는 몇 가지의 발성, 창법을 시도하면서도 무대의 퀄리티에 전혀 흠집을 내지 않으며 어마어마한 실력을 입증했고 다음 번엔 또 어떤 발성, 창법을 들고 나올지 기대감을 높였다. 프로가수라면 반전이란 컨셉의 촛점을 이런 데 맞춰야지 오로지 정체를 숨기는 데만 급급한다면 오점으로 돌아갈 뿐이다. 그런 반전은 가면을 벗었을 때 의외의 인물이 등장했을 경우에나 의미가 있다. 프로가수는 아닌 것 같다고 추정했는데 막상 벗겨보니 프로가수였다면 그게 무슨 반전인가? 프로가수로선 수치인 거다.

'복면가왕'은 출연자의 실력 외에 인식 수준을 가늠해볼 수 있는 기회도 됨으로 음악 소비의 한 가이드 라인으로 삼아야 할 것 같다. 여기서 가면을 쓰는 것은 선입견을 배제한 채 목소리만으로 자신의 가치를 알리겠다는 취지다. 여기서 대중적으로 알려진 자신의 스타일을 고집하든 대중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실력을 보여주든 중요한 건 자신의 실력과 가치를 증명해야 한다. 그런데 단지 정체를 들키지만 않으면 된다는 것에 매몰돼 스스로 자신의 가치를 폄훼하는 가수에게 시간과 돈을 낭비할 필요는 없다.

김연우 급이 출연하기엔 너무 이른 듯한데 그러다보니 과연 김연우가 맞을까 의구심이 들고, 그래서 혹시 연예인 패널 한 자리를 약속받은 게 아닐까 억측을 해보게도 된다. 향후 행보를 보면 알 일이나 그렇다고 부정적으로 볼 일은 아니다. 김연우가 지금이라도 당장 패널로 들어와도 전혀 이상할 게 없는데 출연해서 매혹적인 무대까지 만들어줬다면 시청자로서는 오히려 감사한 일이다.

'복면가왕'은 초기 시청률 잡기에만 매몰돼 어느 정도 급이 되는 프로가수들이 출연하려면 모험을 걸어야 할 정도의 분위기를 조성해왔다. '밑져야 본전'은 돼야 하는데 '아무리 잘 해도 손해'인 분위기를 조성해버리면 결국 인적 질적 확장성의 하락을 막을 수가 없게 된다. 본 블로그에서 계속 '누구냐?'에만 집착하지 말아야 한다고 언급하는 것은 이 부분과도 연관된다.

특히 거슬리는 건 복면가수가 가면을 벗느냐 아니냐는 고작 99 명 패널의 성향 및 수준 등에 따른 선택일 뿐인데 가면을 벗으면 마치 패배한 듯이 여론몰이를 하는 부분이다. 현장에 있는 99 명의 패널 중 어느 하나라도 대표성을 갖는 것도 아니고, 누구도 그들에게 대표성을 부여한 적이 없다. 단지 그들의 개인적인 선택을 갖고 누가 이겼다 졌다로 몰아가는 건 nonsense다. 여기에 더해 정체를 들키지 않으면 가면을 벗기지 않는다는 분위기까지 결합되면 인적 질적 확장성은 커녕 모두 추락하고 말 것이다.

아직 가면을 벗은 건 아니니까 김연우라고 단정할 단계는 아니니 만약 김연우가 맞다면 프로그램에는 기회이기도 하고 위기이기도 하다. 한 가지 말하자면 김연우의 출연은 한 시청자로서 의견을 피력했으니 영향을 주지는 않았겠지만 언급했던 문제점들이 개선되고, 프로그램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했던 그 방향으로 흘러가게 될 가능성이 한층 더 높아졌다는 좋은 신호인 것으로 보인다.

클레오파트라의 콜라보를 보면서 콜라보의 경우는 그 중에 하나를 선택하기보다 콜라보 대결로 하고 그 중에 한 팀이 선택되어지는 게 어떨까하는 생각을 해봤다. 비록 여자 쪽의 목소리가 너무 얇아서 불안정하고 거슬리는 부분들이 있었으나 클레오파트라가 실력도 실력이지만 워낙 노련하게 리드를 잘 했기에 콜라보 자체는 여느 팀들에 비해 나쁘지 않았다고 봤으므로 해본 생각이다. 이렇게 되면 콜라보의 완성도 또한 높일 수 있을 것도 같은데 출연자끼리도 서로 모르는 채로 촬영에 임하는 것으로 보이므로 어느 게 더 합리적일지는 좀 더 신중하게 접근하고 판단하는 게 맞겠다.

편집의 변화

녹화 현장에서는 몇몇의 가수가 언급이 되리라고 짐작되는데 편집에서 특정 가수가 언급이 된 부분을 살려놓는 경우는 단순하게 보면 그가 복면 가수가 맞든가 아니든가 둘 중 하나다. 그런데 만약 맞는 경우는 중간에 가면을 벗었다는 것이고, 아닌 경우는 그 회에는 출연하지 않았으나 '손 안 대고 코 풀 듯' 캐스팅을 손쉽게 하려는 목적 즉 소위 '강제 소환'시키겠다는 제작자들의 비루한 속셈이 깔려있다.

가령 육중완의 경우는 차에서 내리면서부터 이미 알았을 정도로 잘 편집해놨다. 장미여관의 음악을 소비하는 것은 아니나 워낙 오락 프로그램에 자주 출연하는 관계로 행동에서의 특징이 있으므로 이런 경우에는 톤이나 발성 창법을 잘 알지는 못해도 금방 알아차리게 된다. '아 육중완인데 가면은 벗는구나!'라고 이미 편집점에서 역추론을 해버려도 무방할 정도로 확증에 가까운 힌트를 주는 셈이다.

그동안 제작자들의 이러한 단순한 편집은 '누구냐?'에만 몰입돼 있다는 반증이라 본다. 그런데 클레오파트라가 김연우라고 한 패널의 추정이 방송되는 변화가 생겼다. 김연우가 맞다고 보면서도 이 부분에서 사실은 과연 김연우가 맞나 하는 강한 의구심이 든다. 순간적으로 "어? 진주가 또?"라고 역추론을 해서 김연우가 가면을 벗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편집 상의 단순한 실수인지 편집점의 변화를 꾀하려고 한 건지 이도 저도 아니면 진짜 김연우가 아닌지 좀 헷갈리긴 한다. 제작자들이 편집점에 변화를 주기 시작한 것이라면 여러가지 면에서 매우 긍정적인 현상이라고 본다.

99 명 패널의 선택에서의 문제

99 명 패널의 판정단이란 명칭부터 바꿔야 한다. 그들이 뭘 판정할 대표성을 부여받은 것도 아니고, 그럴 만한 수준이 되는지 검증된 것도 아니고, 그냥 그들의 성향이나 수준 등에 따라 선택할 뿐이다. 출연자들도 판정받으러 나오는 게 아니라 자신의 가치를 보여주려고 출연하는 것이다. 그런데 뭔가를 판정하고 누가 이기고 졌다의 문제로 몰아가는 것은 잘못이다. 백지영도 출연했을 때 이와 관련해서 몇 차례 언급하던데 그게 가수들의 심정을 대변하는 것일 수도 있고, 제작자들이 귀기울여 들어야 한다.

88 명 not 연예인 패널, 연예인에 대응하는 말은 not 연예인이어야지 일반인이 아니다, 그리고 11명 연예인 패널의 선택에서 대략 네 가지 문제점을 언급해볼 수 있다. 첫째는 김구라의 막말과 자유롭게 의견을 내놓지 못하는 분위기로 보이고 다양성이 훼손되고 있다는 것, 둘째는 11 명 연예인 패널의 분위기 몰아가기 시도가 존재한다는 것, 셋째는 정체를 알면 가면을 벗긴다는 기조가 형성되려 한다는 것, 넷째는 특정 장르의 창법만 남을 조짐이 '3 대' 편에서 드러났다는 것.

첫째, 김구라의 시도 때도 없이 튀어나오는 막말은 참 불편하다. '거세되다'는 전 연령층이 시청하는 시간대에는 어울리지 않으나 전혀 틀린 표현은 아니라 할 수 있다. 그런데 밑도 끝도 없이 '내연관계'라고 질러버리면 도대체 어떻게 받아들여야 되나? 물론 법률상으로는 사실혼(事實婚)의 개념이나 일반적으로는 불륜을 전제로 한 사통(私通)의 의미로 변용돼버렸다. 시간대로도 어울리지 않고 상황에도 전혀 맞지 않는 그냥 헛소리는 왠만하면 자제하는 게 무엇보다 본인에게 이득이 되지 않겠나?

그리고 김구라와 두세 명이 주로 분위기를 주도하다 보니 나머지 패널이 자유롭게 의견을 내놓지 못 하고 패널 쪽에서의 다양성이 떨어지는 듯한 문제가 있다. 김구라를 내보내든가 아니면 김구라가 꽂아넣은 바람잡이들을 내보내야 해결될 문제 같다. 현재로선 김구라가 밑도 끝도 없고 불편하기만 한 막말을 자제한다면 바람잡이들을 내보내는 게 맞을 것 같다.

그리고 자리를 걸겠다는 둥 이름을 걸겠다는 둥 웃자고 하는 일에 자꾸 도박에 가까운 뭔가를 건다고 하는지 거 참. 맞아도 그만 아니어도 그만인 사소한 예능 프로그램을 갖고 자기 막귀를 걸겠다고 들이대는 부류들과 똑같이 한심해보인다. 이게 기본적으로 재미의 한 요소인 것은 맞을 수 있지만 몇 주 동안의 방송출연을 걸든가 not 연예인 패널들에게 치킨 등을 걸든가 좀 가볍게 가야 덜 불편하지 않겠나? 참, 일주일에 나흘을 도박을 했어도 억대 도박임이 입증되지 않았으니 괜찮나?

연예인 패널 쪽에서는 다양하고 자유롭게 갑론을박하면서 프로그램의 재미를 높이는 양념 역할만 해주면 되고 그들이 프로그램에 필요한 이유다. 마치 출연 가수들을 심사하는 판관이라도 된 듯이 으스대는 꼴은 정말 꼴불견이다. 그들이 앉는 위치를 아랫쪽으로 낮추고, 전에 누가 그림까지 그려서 내놓던데 차라리 캐리커쳐 그리는 사람을 앉혀서 그걸 갖고 갑론을박하는 등으로 다양성에 변화를 주는 패널로 새로 짜는 게 현재의 쓸데없이 무겁거나 일방적인 분위기로 가는 것보단 낫다.

넷째 문제는 기본 학력이 의심되는 자들이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들어라 어쩌라 헛소리들을 해대던데 그렇게 하나의 창법만 남도록 만드는 게 이 프로그램에서마저 음악의 다양성을 몰아내는 결과가 되고 말 거라는 것 정도도 이해가 안 되는 수준이면 설명할 방법이 없다. 아직까지는 대체적으로 적절하게 선택되고 있다고 보고 있지만 그러한 조짐이 보인 것은 아쉬우나 달리 방법이 없다. 99 명의 성향 및 수준 등에 따른 선택이니 어쩔 수 없는 거고 그 기조가 유지된다면 방송 시청을 안 하는 수밖에.

둘째 문제는 꼭 부정적인 건 아니다. 연예인 패널의 역할 중 하나가 현장에서의 분위기를 띄우는 것이고 그게 어느 한 쪽으로 몰아가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편집 상의 문제라 할 수 있다. 제작자들과 사전에 출연자의 정보를 공유하는 게 아니라면 문제라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쓸데없이 과하게 호들갑을 떨거나 어처구니없는 말로 자기의 성향을 드러내 not 연예인 패널의 선택에 간섭하려는 게 문제다. 팬텀 처음 들어본 것처럼 황당하게 조수미를 소환하는 호들갑을 떤다든가 시청자가 듣기에도 발성 자체가 가수의 발성이 아닌데 내공이 상당한 가수라고 한다든가 등은 몹시 거슬리고 불편하다.

셋째의 문제가 이 글을 발행하는 주요 이유다. 이 부분도 꼭 부정적인 것만은 아닌데 이와 관련해서는 원조 복면가왕 편에서 이미 나왔었다. 케이윌이 등장했을 때 '너 케이윌이지? 꼭 벗긴다' '기필코 복면가왕이 돼서 절대 내 얼굴 공개하지 않겠다'라며 연예인 패널과 케이윌 간의 밀고 당기던 기 싸움. 이게 사실은 이 프로그램의 인적 질적 확장성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될 거라고 본다.

정체를 알면 가면을 벗긴다는 게 불문률처럼 통하게 되면 웬만한 가수는 출연하기 힘들고 질적 하락은 명약관화하다. 그리고 가면을 벗으면 패배했다고 몰아가버리면 프로가수로선 모험을 걸어야 하는 상황이 돼 부담감이 너무 크다. 결국 인적 질적 확장성에 심각한 장애가 되고 한계점은 금방 닥친다.

클레오파트라는 김연우가 맞다고 본다. 하지만 가면이 벗겨지기 전까지는 누구도 단정할 수 없다. 사실은 이게 이 프로그램의 묘미고 진짜 컨셉이어야 한다. 지금까지는 마치 정체를 들켜서 가면을 벗은 것처럼 보이지만 이건 제작자들의 편집 탓이고 실제로 그렇게 결정되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99 명 패널의 성향과 수준 또는 현장에서의 분위기 등에 따른 선택이었고 대체적으로 적절했다.

상대적으로 괜찮은 무대를 보여줬어도 김연우라는 걸 알았으니까 가면을 벗길 것인가, 김연우가 맞는지 아닌지 확인해보고 싶으니 빨리 가면을 벗길 것인가, 더 보고 싶으니까 가면을 벗기지 않을 것인가, 제작자들은 김연우라는 급의 가수를 출연시켜놓고 현재의 기조와 편집을 고수할 것인가, 인적 질적 확장의 기회로 삼아 변화할 것인가, ...... 마침내 악마의 유혹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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