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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수의 설현 폭행, '무도'의 AS가 필요해

 
 
박명수의 AOA 설현 폭행 장면을 전면에 내세우며 야심차게 런칭했던 KBS 예능 프로 '용감한 가족'이 끝나버린 모양이다. 비록 소재와 설정은 어처구니없지만 박주미가 합류하면서 나름대로 자리가 잡혀가는 것 같았는데 끝나버린 것은 출연자들이 더이상 오지에서 개고생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일까? 아마도 장기간의 해외 촬영인지라 스케줄 맞추기가 쉽지 않았던 듯하다.

박명수가 설현을 폭행한 사건과 관련해 '용감한 가족' 제작자들이나 박명수의 태도는 비겁했다. 폭행 장면을 극적으로 편집해 노이즈 마케팅으로 이용하려 한 제작자들에게서야 어차피 더 기대할 바도 없지만 폭행의 당사자인 박명수의 사후 태도는 상당히 찌질해보이기까지 했다.

박명수가 설현의 머리를 밀친 것은 형법상 폭행죄에 해당한다. 설현의 머리를 밀었고, 박명수의 사후 인터뷰를 보면 필시 폭행의 고의가 있었다. 만약 설현이 병원에 간다면 기본 2 주 진단서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끊어준다. 병원의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진단서 끊어주기가 자해 공갈단들에게 악용되기도 하지만 박명수의 경우는 폭행의 고의가 있었고 폭행을 했으니 입이 백 개라도 할 말이 없다.

설현의 얼굴이 돌아갈 정도로 머리를 밀었는데도 제작자들과 박명수가 '머리를 살짝 건드린 것 뿐'이라거나 '때린 게 아니다'라는 등의 말장난으로 일관했던 것은 찌질했다. 맞아서 찰과상을 입거나 이빨 몇 개 날아가거나 해야 폭행이라고 보는 아둔한 자들이라고 자백한 거라면 딱히 할 말이 없겠다.

위 이미지는 방송 장면 중에서 박명수의 손이 머리에 닿는 순간부터 떨어지는 순간까지만 캡쳐해본 것인데 이렇게 애 머리가 돌아갈 정도로 밀어놓고 '머리를 살짝 건드린 것 뿐'이라는 따위의 비루한 말장난으로 설명이 되겠나? 물론 순간적으로 '아차!' 싶었을 것이고, 곧바로 잘못에 대해 사과한 것은 대단히 잘한 것이고, 우발적이었으니 그 장면을 갖고 더 왈가왈부할 필요는 없겠다.

설현이 잘못한 건 없다, 잘못은 트러블메이커 이문식

'설현이 (계란을 떨어뜨렸으니) 잘못했다'? 넷 상에서 노닥거리며 악플들 확대재생산하며 클릭장사질이나 하는 기자 나부랭이들의 기사 중에 네티즌의 의견을 빙자한 이런 내용이 보이던데 이것은 틀렸다. 설현이 계란을 떨어뜨린 것은 설현의 잘못도 아니고 실수라고 할 수도 없다.

설현이 계란을 떨어뜨리게 된 원인을 제공한 것은 이문식이다. 이문식은 계란을 사서 배에 오르려다 실수로 떨어뜨리게 되는데 이 바람에 계란 일부가 깨져버렸다. 어차피 계란은 깨져버린 상황이고 그 자리에서 바로 꺼내서 버릴 게 아니라면 그냥 비닐 봉지째 들고 오면 된다. 그런데 이문식은 깨진 계란을 확인한답시고 비닐 봉지를 손으로 뜯는다. 그러고 나서는 막무가내 구걸까지 한다.

이문식이 그 과정에서 비닐 봉지 옆을 상당히 찢어놓는다. 그랬다면 내용물이 빠지지 않게 다시 잘 묶어 놓든가 아니면 이를 다른 사람에게 전달할 때 주의를 주든가 했어야 했다. 그런데 이문식은 그렇게 하지 않고 찢어진 비닐 봉지 그대로를 설현에게 넘겨준다.

아무 의심없이 무심결에 비닐 봉지를 받아 든 설현이 계란을 떨어뜨리지 않을 수는 없다. 그게 설현이 아니라 설현을 폭행했던 박명수가 받아들었어도 결과는 똑같았을 것이다. 다행히 계란은 하나만 깨졌지만 사실은 하나만 빠진 게 다행이다 싶을 정도로 비닐 봉지는 많이 찢어져 있었다.

묶여진 비닐 봉지를 받으면서 옆 부분이 찢어졌으니 내용물이 빠져 떨어질 수도 있다는 것을 미리 예상하고 건네받는 사람이 누가 있겠나? 찢어놓은 이문식만 알고 있었던 것인데 이 사실을 전혀 몰랐던 설현에게 계란을 깨뜨린 잘못을 묻는 것은 틀렸고, 부주의한 실수였다고 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용감한 가족'에서 트러블메이커는 박명수가 아니라 이문식이었다. 너무 심하게 아버지란 역할에 몰입돼 있는 데다가 주연이란 부담을 과도하게 느끼고 있는 게 문제였던 듯하다. 단지 예능 프로그램이라는 것을 자각했다면, 트러블메이커가 재밌는 캐릭터가 될 수도 있는, 한결 좋았을 것이다. '용감한 가족' 출연자들끼리의 모든 갈등이 바로 '나는 이만큼 하는데 왜 안 알아줘?'라는 지점에서 시작됐다.

'설현이 책만 보고 아무것도 안 한다'고 욕하는 부류들도 보이던데 그건 뭘 몰라서 하는 말이다. 설현은 한 번도 상상조차 해보지 않았던 오지에 가서, 다들 어려운 선배들과 처음으로 만나 어색한 호칭의 희한한 컨셉인 예능 프로그램을 촬영하게 된 것만으로도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러나 설현에게 가장 큰 스트레스는 나이 어린 막내라고 선배들이 웬만한 일은 시키지도 않는 그 상황이었을 것이다. 안 그래도 어려운 선배 출연자들은 다 나름대로 뭔가를 하고 있고, 자기도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는데 선배들은 시키지도 않고, 눈치만 봐야 되는 매우 어색한 상황이다. 이 상황에서 한국이라면 스마트폰이라도 만지작거리겠지만 책을 본들 눈에 들어오겠나? 그야말로 가시방석인 것이다.

'무도'의 AS가 필요해

그 후 박명수의 언행을 보면 설현을 폭행한 것에 대해 뭔가 찜찜해하는 것 같던데 그렇게 계속 담아두지 말고 '무도'에 불러내 한 번 세게 탈탈 털어주든가 아니면 '런닝맨'에 같이 출연하든가 해서 박명수 본인도 마음의 짐을 덜어버리는 게 낫다.

예능 프로그램이 모든 예체능 장르를 다 잡아먹은 거대 공룡이 된 지가 오래다. 그러다 보니 예체능 분야를 가리지 않고 외딴 섬으로도 가고, 정글로도 가고, 군대로도 가고, 산골 오지로도 가고, 급기야 말도 안 통하는 해외의 오지로도 갔다. 그들에게야 개고생이지만 어떻든 예능 프로그램이고 거기서 살아남으려면 출연료를 받는 만큼 방송용 장면을 만들어내야 한다.

설현도 어떻든 예능에 발을 들였으니 박명수가 예능의 본토라 할 수 있는 '무도'에 불러내 예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기술을 전수해주는 것보다 더 나은 AS는 없을 것이다. 거친 예능의 최고봉은 역시 거친 입담과 몸 개그가 난무하는 '무도' 아닌가. '무도'에서 예능을 배우면 다른 어떤 프로그램에 나가더라도 최소한 기본 이상의 역할은 충분히 소화할 수 있을 정도의 내공은 생길 거라고 본다.

아니면 같이 '런닝맨'에 출연해서 예능감을 얻어갈 수 있도록 해주는 것도 좋을 것이다. 두 프로그램을 명시한 것은 박명수는 유재석과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 왔고, 유재석은 게스트의 기분이 상하지 않게 깨알 같이 탈탈 털어서 예능감을 끄집어내 캐릭터를 살리는 데는 국내 최고라고 보기 때문이다.

박명수의 설현 폭행 장면은 워낙 뜬금없기에 박명수와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왔던 유재석이나 무도 멤버들이라도 예능으로 살려내기는 쉽지 않다. 그래도 설현이 예능에 대한 내공이 있었다면 방송에서보다는 좀 더 세련되게 응수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랬다면 아마 정 반대 의미의 기사 지분을 차지했을 것이고, 무도 팬덤의 열렬한 지지까지 덤으로 얻을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든다.

'무도'가 쓸데없이 식스맨 특집을 할 게 아니라 이처럼 게스트를 활용하고, 부득이하게 진행해야 할 프로젝트의 경우는 그동안 '그 녀석'의 공백을 나름대로 잘 메워왔던 서장훈 등을 활용하면서 제작을 했다면 자연스럽게 '그 녀석'이 복귀해 연착륙할 수 있는 여지도 넓어졌을 것이다. 그러나 무도 팬덤의 배타적인 태도가 결국 식스맨 광희를 끌어들이는 결과로 이어졌다. 어쨌든 나로서는 설현 등을 포함한 걸그룹이 출연한다면 모를까 더는 무도를 시청하고 싶지는 없으니까 어찌 되든 별로 관심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