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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 주류가 간택(揀擇)한 정승환, 기본은 배워야 한다

 

 

정승환 우승자 만들기 프로젝트!

일요일(5일) 방송될 'K팝스타4'는 주류의 정승환 우승자 만들기 프로젝트를 노골적으로 표출한 게 아닐까하는 의문이 든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핫한 여인, 특히 최근에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수지와 콜라보레이션 무대를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한편 케이티김은 'K팝스타' 1 회 준우승자로서 가수로 데뷔해 앨범도 내 히트시킨 이하이와 이진아는 지난 시즌 3 위를 했던 권진아와 콜라보레이션 무대를 꾸밀 거라고 한다.

콜라보 무대도 시청자 투표에 반영되는 것이니 주류는 정승환이 경연 무대에서 심사원 점수 최소 50 점 정도가 뒤지더라도 너끈히 뒤집고 1 위를 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한 셈이다. 드라마에서 전혀 불필요하게 냉장고 문을 한참 동안 활짝 열어놓은 채 노골적으로 간접광고를 하는 그 천박한 장면을 보는 듯하다.

정승환이 그럴 실력이 없는 것도 아닌데 주류가 왜 이렇게까지 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떻든 아주 작은 불확실성이라도 제거하고 싶었던 것일까? 주류의 속성이란 게 원래 단순, 유치, 천박 등이긴 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노골적으로 표출하는 것을 보는 것은 언제나 불편하고 짜증난다.

황실에서 간택(揀擇)을 하기 위해 후보자들을 궐내에 모아놓았다 해서 보러 갔는데 기실은 황실이 미리 간택을 끝내놓고 백성의 이목을 의식해 다른 후보자들을 들러리로 세워놨다는 것을 알게 됐을 때의 그 뜨악함이랄까 뭐 그런 찝찝함과 씁쓸함이 밀려온다.

정승환은 주류가 미리 간택을 해놨었다. 그리고 방송제작자들을 통해 아주 세심하게 배려하며 여기까지 끌고 왔다. 윤일상이 초대해 선물을 줬고, 작곡가 김창기를 만나게 했고, 악동뮤지션을 여러 번 등장시켜주는 등으로 아주 세심하게 배려를 했다. 김창기와 악동뮤지션은 프로그램의 구성상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고 형평성에 있어서도 큰 문제는 없다고 보지만 윤일상과 만난 장면을 들고 나온 것은 꽤 뜬금없었고 그렇게 장시간을 할애할 만한 상황이 아니었다.

물론 나도 정승환이 우승후보로서의 자질이 충분하다고 보는 입장이지만 다가올 콜라보 무대의 형평성이 차이가 나니까 꼬리에 꼬리를 물고 떠오르는 것들을 정리해 보았다. 정승환을 응원하는 분들 중에 혹시 이 글을 읽는 분이 있다 하더라도 고깝게 생각할 필요는 없겠다. 요즘은 반말도 아닌데 반말로 받아들이고 자기가 비아냥대고 빈정거려놓고도 몰상식한 욕설을 쏟아붓는 게 정당화되고 도리어 일방적으로 당한 피해자가 가해자로 둔갑되는 워낙 흉흉한 세상이니.

정승환, 기본을 배워야 한다.

정승환의 무대가 좋지만 안정적이지 않고 차이가 심하다. 어떨 때는 상당히 좋지만 어떨 때는 들어주기가 불편할 정도일 때도 있다. 개인적으로 정승환의 최악의 무대는 주류 심사원들의 평과는 달리 김광석의 노래를 불렀을 때였다. 근사하게 셔츠에 타이를 매고 나타났는데 막상 들여다보니 단추를 하나씩 밀려서 끼워넣어 입은 것처럼 우스꽝스러웠고 정승환의 감성이 아니라 다른 누군가를 억지로 흉내내는 듯이 들려 몹시 불편했고 마치 앵무새가 노래하는 것처럼 별다른 감흥을 느낄 수 없었다.

개인적으로 이렇게 불안정한 이유를 방송 초반 정승환의 인터뷰에서 찾고 있다. 정확한 워딩은 아닌데 정승환은 노래 부르는 것을 배우러 다녀봤지만 자꾸 틀에 맞추는 것 같아서 그만뒀다고 한다. 정승환은 보컬의 기본을 배우고 익히지는 않았다는 것으로 이해된다.

바둑 격언 중에 "정석을 익혀라. 그리고 잊어버려라"라는 게 있다. 이것은 정석 자체를 잊어버리라는 게 아니라 정석은 필수적으로 익히되 거기에 얽매이거나 갇혀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또한 득의망상(得意忘象) 득상망언(得象忘言)이라는 구절이 있다. 중국 위나라 사상가 왕필(王弼)의 주역약례(周易略例) 명상(明象)에 나오는데 사실 이걸 제대로 이해하기는 매우 어렵다. 천하를 물려주겠다는데도 도망가 은신했다는 고사와도 관련되는 구절이니. 요즘은 의미가 변용돼 상기한 바둑 격언의 의미로도 쓰이는 것 같아 언급만 해 놓기로 한다.

(박스 글자 왼쪽 손가락 모양은 욕 아닌가?)

이러한 격언을 보컬에 적용한다면 보컬의 기본을 배우고 익혀야 하지만 그 틀에 갇히지 말고 자기만의 것으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것일 게다. 오디션 프로를 보다 보면 수 년 간 기획사 생활을 하다가 나왔다는 참가자들이 간혹 출연하는데 이들은 대체적으로 습득한 보컬의 기본 틀에 갇혀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바둑에서 정석이 펼쳐지면 그 다음 수가 뻔하니까 지루해서 기대감이나 긴장감이 덜하듯이 기본 틀의 보컬은 예상이 되니까 듣는 사람에게 감흥을 주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바둑의 정석은 몇 수의 간단한 것에서부터 수십 수에 이르는 것까지 다양한데 정석이라는 것에 꼭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니다. 보컬도 꼭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심사원이나 자칭 평론가라는 부류들이 가창력을 지적하는데 이런 경우는 그 후보자에게 뭔가 마음에 안 드는 구석이 있다든가 유일하게 비난할 게 그것밖에 없다든가 하는 경우다. 하지만 폭발적인 가창력을 가졌다고 좋은 가수인 것도 아니고 폭발적인 가창력을 갖지 않았다고 해서 안 좋은 가수인 것도 아니다. 가창력이란 노래로 듣는 사람에게 감흥을 줄 수 있으면 그걸로 충분하지 오로지 비판하기 위해서만 휘둘러대는 그런 기준은 없다.

또한 정승환은 자기 안에 마주하기 싫은 자기와 마주하는 것도 필요할 듯하다. 그렇게 하고 나면 3 분짜리 무대에서 표현할 수 있는 폭이 훨씬 더 넓어질 것이다. 정승환은 정면으로 마주하기 싫은 자기를 의식적으로 피하려는 듯하고 그러다 보니 표현의 폭이 한정됨으로써 어떤 때는 다른 누군가의 감성을 억지로 흉내내는 것처럼 들려 불편하지만 또 어떤 때는 상당히 좋은 차이가 나는 게 아닌가 싶다.

어떻든 정승환이 자기만의 것을 찾아내 발전시킴으로써 안정적인 무대를 꾸밀 수 있다면 오디션이 배출해낸 가수 중에서 가장 파괴력이 높은 가수가 될 거라고 본다.

나머지 두 후보들에 대해서도 간략히 첨부해 본다.

케이티김은 박윤하와 함께 첫 음을 때리면서부터 이미 끝나는 아주 우수한 참가자다. 케이티김이 왜 첫 라운드 통편집을 당했는지 그 자체가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로 압도적인 실력을 갖고 있다. 박윤하와 함께 첫 음을 때리면서부터 무대에 빠져들게 만드는 매력을 가진 후보자다. 박윤하는 정승환과 함께 주류의 지분을 양분하며 센세이션을 일으켰지만 탈락할 때의 그 선곡이 완전히 잘못됐다. 저 박윤하가 그 박윤하가 맞나 계속 의문을 갖고 봤을 정도로 최악의 무대였고 탈락에 이의가 없다.

에스더김이나 버나드박 같이 역수입되는 한국말도 제대로 못하는 머리 검은 미국인들은 뭐가 좋다는 건지 잘 모르겠다. 흑인 소울은 개뿔, 이렇게 쏟아져 들어오는 미국인들을 볼 때마다 문명진이란 가수가 얼마나 대단한지 새삼 느끼게 된다. 다행히 '불후의 명곡'이란 프로그램을 통해서 대중들에게 알려지긴 했지만 주류가 한국에 있을 또다른 문명진을 찾으려는 노력 대신 미국인들을 마구 데려와서 좋게 포장하는 것은 불편하다. 내가 그들에게 지갑을 열 일은 없겠지만 간접적 강제 지출이 되니 하는 말이다.

그런데 케이티김은 그들과 달리 빠져들게 하는 매력과 힘이 있다. 그 차이를 딱히 뭐라고 표현할 수는 없지만 성향의 차이일수도 있고 하여튼 그 무언가가 다른 데가 있다. 일전에 남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은 자기 얘기를 하는 무대를 꾸밈으로써 표현의 폭도 훨씬 넓어졌고 무대가 풍부하고 힘이 있어졌다.

이진아는 워낙 우수한 뮤지션이라 내가 어떤 걸 언급할 만한 수준이 안 된다. 다만 한가지, 심사원이나 주류가 이진아를 아티스트로 몰아가는 바람에 보컬이 묻히고 있는데 이진아의 보컬은 매우 매력적이다. 지난 방송에서 경연과 콜라보 무대를 통해서 증명해 보여줬듯이. 이진아는 "노래 만들고 피아노 치고 노래 부르는 가수"가 어울린다. 싼 값에 데려다가 대충 영화 음악 편곡하는 데나 써먹으면 되지 않겠냐는 듯한 얄팍한 속내를 드러내보였던 양현석의 시도는 반드시 저지되어야 한다. 이렇게 우수한 뮤지션을 주류에서 어떻게든 꼬투리 잡아 깎아내리고 밀쳐내려고 하는 것은 매우 졸렬한 짓이다.

'K팝스타4'는 주류가 미리 간택해놓은 우승 후보자가 누구냐인가가 문제이지 사실은 누가 우승한다 해도 이상할 게 없는 실력과 매력을 가진 후보자들이 올라와 있다. 대중들이 맹목성에서 벗어나 투표를 한다면 조금이라도 더 발전적인 결과가 나오지 않겠나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