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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인간' 전유성 할아비가 와도 못 살린다

 

 

'투명인간'은 런칭한 그 순간 이미 죽어버린 프로그램이다. 그럼에도 그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주입되지도 않는 링거 꽂은 채 '죽은 자식 불알 만지듯' 출연자들 이리저리 끌고 다니며 구차하고 험한 꼴 다 당하게 만들다가 마침내 폐지돼버렸다. 애꿎은 출연자들에게만 덤터기를 다 씌워버린 채. 이 프로는 강호동 유재석을 합쳐놔도 회생불가이고, 여타 예능판 고수들이 총출동해도 살려낼 수 없다.

진즉에 폐지됐어야 할 프로그램, 아니 기획 단계에서 잘라냈어야 하는 프로그램이다. 굳이 런칭하고 싶었다면 기획 단계에서 직장인을 상대로 한 예능이라는 소재를 어떤 방향으로 풀어낼 것인가에 대해서 충분히 고민하고 아이디어를 짜내서 아주 신중하고 기술적으로 접근했어야 했다.

그럼에도 '미생'이 흥행했고 그 직후니까 직장인을 상대로 한 예능을 갖고 일단 들이대고 보면 뭐라도 될 거라는 제작자들의 그 알량한 오만과 나태함이 '투명인간'이 런칭하자마자 죽어버린 근본 원인이다.

이젠 '1박2일'과 '무한도전'처럼 런칭 초기 단계에서 시행착오를 겪더라도 일단 런칭해놓고 시청자들의 반응을 봐가면서 조금씩 만들어가면 되는 그런 여유가 없다. 종편이 조금씩 자리를 잡으면서 괜찮은 프로그램을 내놓고 있고 히트시키는 것도 늘어나고 있어서 시청자들이 기다려줄 이유가 없어졌다. 그리고 떠난 버스는 돌아오지 않듯 한 번 돌아간 채널은 다시 돌리기는 지난(至難)한 일이다.

이처럼 시청자의 채널 선택권이 없었던 때와 지금은 완전히 다른 환경이 됐음에도 공중파 제작자들은 시청자의 채널 선택권이 없던 과거의 나태함과 오만함에 빠져 조금도 발전이 없다. 그들은 여전히 별다른 고민이나 노력 없이 이슈만 된다 싶으면 일단 들이대놓고 아니다 싶으면 이리저리 바꿔가다가 애초의 기획 의도는 방송 몇 회 만에 어디론가 증발해버리고, 마침내 전혀 성질이 다른 프로로 만든 뒤에야 폐지시키는 시청자로서도 몹시 짜증나는 짓을 반복하고 있다.

'투명인간'은 다른 프로그램들이 다 그렇듯 여기저기서 베끼고 재탕 삼탕한 거다. 요즘 모든 방송 모든 프로그램의 트렌드가 그저 뭐가 된다 싶으면 마구잡이로 베껴서 내놓는 철면피함이 아니던가. 심지어는 제목도 베껴서 갖다 쓰는 지경에까지 이르렀으니 더 말해 뭣 하겠는가.

'투명인간'은 런칭하면서 '직장인을 웃겨라'인가 뭐 그런 포맷으로 출발했다. 그런데 이거 십수 년 전에 전유성이 시도했던 거다. 당시 코미디 프로가 너무 재미었다는 여론이 지배적이었는데 이에 발끈한 전유성이 그럼 너희들이 나를 웃겨 보라며 즉석에서 아무나 불러내 저런 걸 했었다.

그런데 그게 뭐가 문제였냐면 이게 웃기거나 재미있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보는 사람이 너무 민망해서 더는 지켜볼 수가 없다는 거였다. 웃어줄 만도 한 상황인데도 웃지 않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불태우는 사람을 보는 것도 민망하고, 웃기지도 않은 것을 갖고 웃기지 않냐고 들이대는 사람을 보는 것도 민망하고, 차라리 앓느니 죽는 것만 못한 쓸데없는 짓이었다.

'투명인간' 문제는 한마디로 "서글퍼 보인다"

'투명인간'이 들고나온 '직장인을 웃겨라'도 민망해서 외면하고 채널을 돌리게 만드는 거였다. 연예인 출연자도 민망하고, 직장인 출연자도 민망하고, 이를 보는 시청자도 민망하고, 시청자로서는 시청자로서의 민망함에 더해 출연자들의 민망함과 그런 그들이 안쓰럽게까지 느껴져, 도저히 더는 봐줄 수가 없어 채널을 돌리지 않고는 못 배기게 만드는 그런 거였다.

'투명인간'이 그 후 포맷을 바꾸며 구차하게 연장해보려고 했지만 기본적으로 모두를 민망하게 만드는 것에서 벗어나지는 못했다. 그런데 정말로 재밌는 건 이 프로그램의 문제점을 제작자들이 편집해서 방송에 내보냈다는 것일 게다. 한 직장인 출연자의 인터뷰 중에 "서글퍼 보인다"고 한 부분이 그것이다. 이 인터뷰를 따서 편집까지 해놓고도 그게 '투명인간'이란 프로그램이 안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라는 것을 인지하고 근본적인 해결책을 내놓지 않았다는 것은 제작자들의 나태와 오만을 그대로 말해준다.

'투명인간'은 이렇게 태생적으로 치유불가능한 흠결을 안고 있는 데다 뇌가 굳어서 그때그때 정상적으로 반응하지 못 하는 제작자들이 운용을 맡음으로써 이미 죽어버린 프로그램이었다. 이건 강호동과 유재석을 합쳐놔도 살려낼 수 없고, 예능판 고수들이 총출동해서 달려들어도 절대로 살려낼 수 없다.

이런 프로그램은 전유성 아니라 전유성 할아비가 와도 절대 못 살린다. 전유성이 누군가! 세계 최초의 개그맨이자 개그콘서트를 최초로 기획해서 공개 코미디 붐을 일으킨 장본인이다. 그런 그는 개그콘서트를 기획해놓고는 홀연히 강호(江湖)로 들어가 후배들을 키우고 있는 개그계의 대부다. 아무리 강호의 고수로 은둔해 있다고 하더라도 이미 죽어 있는 자식을 살려낼 명의는 아니다.

'투명인간' 전유성 할아비가 와도 못 살린다

자, 하지원이, 이유리가, 진세연이, 씨스타가, 최희가, 어느 날 갑자기 이런 여인들이 내 눈 앞에 나타나 다정하게 말을 걸고, 연락처를 주면서 같이 영화를 보자고 얘기하는데 이 상황이 웃긴가? 이 상황에서 왜 웃어야만 된다는 건가? 이러한 상황에서 웃음을 참아야 한다는 직장인, 또 역으로 그러한 사람을 웃겨야 한다며 애를 쓰고 있는 연예인을 봐야 하는 그 상황을 보면서 즐거운가? 직장인도 연예인도 시청자도 다 민망하고 안쓰럽고 서글퍼 보이는 이런 프로그램을 봐달라는 그 심뽀부터가 잘못이다.

연예인 출연자도 강호동과 하하를 제외하고는 이 프로그램을 소화할 만한 능력이 안 된다. 오롯이 즉석에서의 응용력과 순발력 그리고 임기응변에만 의존해야 하는 이런 프로그램을 소화하고 계속해서 끌고 갈 수 있는 연예인은 거의 없다고 봐야 된다. 강호동과 유재석 급 정도면 단발성이라면 얼마든지 가능하겠지만 계속해서 끌고 갈 수는 없을 것 같다. 이런 프로그램은 1 회 촬영하고 나면 최소 1 년치 이상 쏟아부어야 할 만큼의 진이 빠져나가버릴 듯해 보이는데.

강남은 전혀 수준이 안 되고 나오지 말았어야 했다. 반짝 떴다가 소리소문없이 사라져버리지 않으려면 자기가 소화할 수 있는 프로그램만 나가는 게 좋다. 육성재는 아예 방송에 쓸 만한 부분조차 없는 듯하고, 김범수도 역량이 턱없이 달리고, 정태호는 잘 짜여진 코미디라면 몰라도 리얼리티 예능을 소화하기에는 현재로서는 한참 많이 모자라는 것 같다. 여타 개그맨들도 안고 있는 공통적인 문제다.

'투명인간'이 계속 구차하게 질질 끌다가 더 추해지기 전에 끝낸 건 이제라도 잘 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