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미주알 고주알/SPORTS

독도 세리머니가 문제라면 손기정 메달은 박탈감

 
 
 
올림픽 축구 대표팀, 금메달보다 더 극적인 절묘한 해피엔딩
 
올림픽 축구 대표팀이 브라질에 다소 무기력하게 패해 결승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동메달 결정전에서 숙적 일본을 상대로 완승함으로써 금메달보다 더 극적인 절묘한 해피엔딩으로 올림픽을 끝냈다. 올릭픽 대표 선수 전원이 병역 혜택을 받게 됐고, 결승 진출에 실패한 좌절감을 말끔히 씻어냄으로써 비난 여론을 잠재울 수 있었고, 사상 첫 올림픽 동메달 획득이라는 역사를 새로 썼고, 무엇보다 지금으로부터 꼭 1년 전(올림픽 축구 대표팀 경기는 2012년 8월 11일, 국가 대표팀 경기는 2011년 8월 10일) 이른바 '삿포로 대참사'로 불리는 국가 대표팀이 일본에 0-3으로 완패했던 수모를 완벽하게 되갚았다.
 
사실 조별 예선 마지막 경기인 가봉과의 경기는 8강 대진표가 확정된 상태는 아니었지만 조 1위로 올라가는 게 여러모로 유리한 면이 많았던 것은 사실이었기 때문에 답답했다. 그런데 이 경기가 오히려 금메달보다 더 극적인 절묘한 해피엔딩의 첫단추였으니 스포츠란 역시 각본 없는 드라마다.
 
조 1위로 올라가면 세네갈과 경기해야 했는데 친선경기에서 완승했다고 올림픽에서도 반드시 이긴다는 보장도 없으며 요행히 이기고 4강 전에서 일본을 상대했을 때도 마찬가지다. 일본은 조별 예선에서 스페인에게 승리하는 등 상당한 주목을 받았으나 한국은 이렇다 할 만한 상대와 경기를 하지 못했으므로 어디서든 진다면 그 정도에서 평가절하되고 올림픽을 끝냈을 것이다.
 
그런데 축구 종주국 영국 단일팀과 경기해서 승리했으니 메달에 버금갈 만한 성과를 거둔 셈이 됐다. 다만 골 결정력만 있었다면 승부차기까지 가지 않고도 승리할 수 있었다는 점이 아쉽다. 영국과의 경기에서 정성룡과 김창수가 부상당했던 것도 결과적으로 본다면 해피엔딩으로 가기 위한 과정이었으니 세상 일은 참 알 수 없다.
 
당시에 한 경기도 뛰지 못했던 선수는 3명이었는데 김기희 한명으로 줄었고 메달이 결정되는 경기에서 감독의 선수 교체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었다. 감독의 교체 카드가 아닌 부상으로 인한 교체였으나 교체된 이범영과 오재석이 정성룡과 김창수 못지않은 좋은 활약을 펼침으로써 감독으로서는 이중의 부담을 덜 수 있게 된 것이다.
 
올림픽 경기는 선수들의 병역혜택이 걸렸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감독으로서는 최종 엔트리 선발 때부터 상당한 압박감을 가질 것이다. 또한 경기를 치르면서도 선발을 결정할 때 상당히 곤혹스러울 것이라 짐작된다. 원칙적으로는 선수들에게 골고루 기회를 줘야 하지만 그게 자칫 경기를 망치는 결정적 빌미가 되기라도 한다면 모든 비난이 쏠리고 병역혜택 문제까지도 도마에 오를 것이니 말이다.
 


 
이미 광저우 아시안 게임 4강전에서 승부차기를 대비해 이범영을 교체투입했다가 결승골을 내주고 패한 뒤 엄청난 비난에 시달렸던 적이 있다. 만약에 영국 단일팀과의 경기에서 정성룡이 부상당하지 않고 승부차기까지 가지 않고 승리했다면 브라질 전에서도 이범영이 나서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그런데 일본과의 경기에서 이범영을 내세워 브라질 전에서와 같은 다소 어이없어 보이는 골을 내주고 패하기라도 했다면 그 후폭풍은 예상하기조차 힘들 정도였을 것이다.

 
정성룡의 부상과 상대가 브라질이었기에 이범영의 실수에 가까운 플레이에 대한 비난이 묻힐 수 있었고 일본 전에서 승리했으며 마지막 남은 김기희까지 종료 1분을 남기고 시간 연장책으로 교체 투입함으로써 선수 전원이 병역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되었으니 이보다 더 절묘한 결과가 있을까 싶다.
 
만약에 승부를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면 과연 김기희를 투입할 수 있었을지 알 수는 없겠다. 김기희는 대략 4분여를 뛰고 병역 혜택을 받게 되었는데 일본에 두 골을 앞서가면서 어느 정도는 안도했겠지만 그때까지는 아마도 혼자서 꽤나 맘고생을 했을 것이다. 팀의 전술 전략상 출전 기회를 얻지 못했을 뿐이지 김기희도 대표팀 전력의 일부로서 무임승차한 것만은 아니니 비아냥거릴 일은 아니라고 본다. 현실과 맞지 않는 규정이 문제이지 김기희의 문제는 아니다.
 
그때그때 다른 병역 혜택 제도 원칙을 다시 정해야 한다
 
운동선수들의 병역 혜택은 병역법 시행령 제47조의2 ①항 4호와 5호에 규정되어 있다. 올림픽대회에서 3위 이상으로 입상한 사람과 아시아경기대회에서 1위로 입상한 사람(단체경기종목의 경우에는 실제로 출전한 선수만 해당한다)은 4주간의 공익근무요원에 편입된 후 4주간의 군사교육을 포함해 선수나 코치 등으로 관련 분야에서 34개월간 종사하면 군 복무를 마친 것으로 인정된다.
 
이 제도는 약간씩 변화되어 왔는데 원칙 없이 여론에 따라 그때그때 달랐다. 대표적인 것이 2002 월드컵  축구에서 한국이 4강에 들자 선수들의 병역혜택 문제가 제기되었고 2006 월드베이스볼클래식 야구에서 한국팀이 4강에 들자 역시 같은 문제가 제기되었다. 그러자 월드컵축구대회에서 16위 이상의 성적을 거둔 사람과 월드베이스볼클래식 대회에서 4위 이상의 성적을 거둔 사람도 병역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규정을 바꾸었다가 또다시 여론에 의해 2007년 폐지되었다. 불행하게도 2006년 월드컵은 16강에 오르지 못했고 2010년 월드컵에서는 16강에 올랐지만 병역 혜택은 받지 못했다.
 
또한 "단체경기종목의 경우에는 실제로 출전한 선수만 해당한다"는 규정이 과연 현실적이고 타당성이 있는지 의문이다. 축구의 경우 경기를 위해 같은 기간 훈련했으나 감독의 전략상 후보선수로 경기에 참가하는 것인데 경기를 뛰지 않았다는 이유로 병역특례에서 제외된다면 형평성이 없다. 후보선수는 팀의 전력이지 잉여나 무임승차자들이 아니다. 1분을 경기에 뛰고 병역 혜택을 받는 거나 그렇지 않고 병역 혜택을 받는 거나 그게 무슨 차이가 있다는 건지 납득할 만한 설명을 하기는 불가능하다.
 

 
중학교를 중퇴했다는 사유로 군 문제에서 자유로운 운동선수도 있는데 운동선수들의 병역 혜택 제도는 그 취지와 원칙을 다시 정하고 운동 종목과 선수들간의 형평성을 고려해서 현실화해야 한다. 지금처럼 그때그때 여론에 따라 원칙이 고무줄처럼 달라지는 것은 문제가 있다.

 
독도 세리머니는 호사다마
 
박종우의 독도 세리머니는 절묘한 해피엔딩에 마가 낀 것일 뿐이다. 독도 피켓 하나 들었다고 정치적이라 판단하는 건 용렬(庸劣)한 짓이다. 박종우가 그 분위기에 취해서 그 피켓을 들었고 화면을 보니 누군가의 제지를 당했는지 곧바로 내리던데 정치적 의도가 있었겠나. 박종우는 그 피켓 하나 듦으로 인해서 중요한 것을 잃는다는 것도 인지하지 못했다. 이를테면 일본 리그로 진출할 기회를 스스로 날린 것이다. 선수들이 병역 혜택에 집착하는 중요한 이유 중에 하나가 몸값일 텐데 그것을 포기해야 된다는 것도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행한 것으로 짐작되는 행위에 정치적이란 거창한 수식어까지 붙이는 것은 넌센스다.
 
그런 정도의 기준이라면 고 손기정 선수의 금메달은 박탈해야 한다. IOC 홈페이지에 손기정의 국적은 일본으로 이름은 일본 이름으로 표기돼 있다. 손기정은 이것을 바로 잡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일본 올림픽위원회가 국적 변경 신청을 해주지 않아 실현되지 않았다고 한다. 한데 IOC 홈페이지의 손기정에 대한 설명 부분을 들여다보면 한국이름이 명기되어 있으며 일본 국적과 일본 이름으로 올림픽에 참가했던 연유가 서술되어 있다.
 
손기정은 늘 한글로 사인을 했고 국적을 묻는 질문을 받을 때면 항상 독립국가인 한국인이라고 힘주어 설명했다고 한다. 일본 국기가 올라가고 일본 국가가 연주되자 손기정과 남승룡은 고개를 숙임으로써 침묵 시위를 표시했었다고 한다.
 
또 알려진 바로는 손기정은 일장기가 붙은 옷을 입고는 공식적인 자리에 나서지 않았으며 경기 당일에만 입었다고 한다. 또한 시상대에서 히틀러로부터 받은 월계수 화분을 가슴에 안고 일장기를 가린 채 우승 메달을 목에 걸었으며 그 후 촬영시에도 월계수 화분으로 일장기를 계속 가렸다고 한다. 이러한 기록을 뒷받침해 주는 사진이 IOC 홈페이지에 걸려 있다.
 
이처럼 손기정 선수는 경기장 안팎에서 매우 명확한 정치적 메시지를 전달했었다. 일본이 이와 관련해서 문제를 제기했다면 아마도 메달을 박탈할 수도 있을 만큼의 분명한 정치적 메시지였던 것이다. 그렇지만 일본이 어떠한 문제제기를 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은 없다. 오히려 일본은 여전히 손기정의 국적 변경 신청을 거부하는데 그것은 그들의 과거 만행을 인정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일본에게만 억지스러운 정치적 메시지인 독도 피켓은 문제삼으면서도 욱일승천기에 담긴 명백한 정치적 메시지는 외면하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일 것이다.
 
이젠 "독도는 우리 땅"이 아니라 "대마도는 한국 땅"이란 피켓을 들자. 대마도가 한국 땅이었다는 역사적 증거는 차고 넘치는데 일본의 독도 생떼에 끌려다닐 필요가 없지 않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