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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순이의 탈루와 강호동의 탈세




강호동과 김아중의 탈세에 이어 인순이의 세금 탈루까지 연예인들의 세금 문제가 연이어 뉴스의 메인에 오르내리고 있다. 이들이 각각 오락 프로그램 MC, 배우, 가수라는 차이점이 흥미로운데 이처럼 각 분야마다 대표적으로 선정해서 기획조사함으로써 일벌백계하려는 것인지 그 외에도 탈루나 탈세에 연루된 연예인이 다수 포함되어 있는지는 알 수 없다.

강호동과 김아중 그리고 인순이는 모두 세금을 적게 납부함으로써 국세청으로부터 세금 추징을 당했으나 그들의 처신은 각각 다르다. 김아중은 일체의 반응을 자제한 채 조용히 지나가려는 것 같고 강호동은 연예계 잠정 은퇴를 선언함으로써 스스로 도의적인 책임을 지는 쪽을 선택했다. 그러나 인순이의 경우는 미처 적절한 거취를 결정하지 못한 탓인지 프로그램에의 출연을 강행하고 있다.

인순이의 경우는 소속사를 통해 고의가 아니었다는 해명만을 내놓고 있는데 연예인들이 조세법 위반 행위에 대해 이런 식으로 두루뭉술하게 넘어가는 분위기가 조성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연예인들이 공인이라고 보지는 않지만 대중들에게 끼치는 영향력이 어마어마하게 커져버렸기에 탈루나 탈세 행위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도의적 책임을 물을 필요가 있다고 본다.

다만 강호동의 경우처럼 과도한 비난과 책임을 요구하거나 인순이에게 쏟아지는 인신공격성의 몰상식한 반응은 자제해야 한다. 세금 탈루나 탈세 문제에 심심찮게 연루되어 왔던 연예인들로서도 이번을 계기로 자발적으로 소득을 투명하게 밝히고 성실하게 세금을 납부함으로써 '탈세 불감증'을 가진 직업군이란 오명에서 벗어나려고 하는게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인순이의 세금 탈루와 관련해서는 미리 강호동과 김아중에의 비난에 힘을 쏟아부어버린 탓인지 조금의 온도차가 느껴지는 반응을 보이는 것 같다. 그런데 강호동의 탈세와 인순이의 탈루는 성격이 다르다. 강호동의 경우는 세법 해석상의 차이에 기인한 것이라고는 하나 비용 계상으로 납세액을 줄여서 납부한 것이라면 인순이의 경우는 소득을 탈루함으로써 부과될 납세액 자체를 줄여버린 것이다.

탈루, 탈세, 조세포탈

일반적으로 보면 탈세와 탈루가 혼용되고 있으며 탈세가 곧 조세범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탈세 '의혹'이란 기사만 보고는 사실관계는 도외시하고 조세범으로 몰아 일단 욕부터 쏟아내고 더 나아가 발 빠르게 검찰에 고발하는 일까지도 생겨났다. 심지어는 이게 마치 대단히 용기있는 행동인 양 추앙하는 분위기를 조성해서 집단적으로 히스테릭한 반응을 보이도록 유인하고 그를 통해 또 다시 문제를 확대재생산하는 일이 악순환처럼 되풀이되고 있다. 이런 천박한 현상이 계속해서 반복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현재의 상황은 참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탈루나 탈세는 결국은 정상적으로 납부해야 될 세금을 내지 않았다는 면에서는 같으므로 탈세라는 말로 귀결된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용어들을 혼용함으로써 일반인들이 혼란을 갖는 것 같다는 판단 하에 여기서는 국어사전적인 의미만으로 구분해서 개념을 설명해 보려고 한다.

세금 탈루는 소득에 관련되는 것으로서 신고해야 될 소득을 빠뜨리는 것이라면 탈세는 소득액은 모두 신고했으나 납세액의 전부 또는 일부를 내지 않는 것을 말한다. 즉 탈세는 소득액을 전부 신고함으로써 정상적인 과세표준에 의해 정해진 납세액의 전부 또는 일부를 내지 않는 것이다. 반면에 탈루는 과세표준에 의해 정해진 납세액의 전부를 내는 것이기는 하나 소득액을 빠뜨려서 신고함으로써 과세표준 자체가 정상적이지 않았기에 이미 납세액이 잘못 계산되어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탈루는 소득을 빠뜨리고 신고함으로써 과세표준을 축소하고 이렇게 잘못된 과세표준에 의해서 결정되는 납세액을 줄이려는 것이라고 한다면 반면에 탈세는 소득을 제대로 신고함으로써 과세표준을 축소시키지 않았기에 정상적인 과세표준에 의해 납세액이 산출되었으나 비용 계상 등의 방법으로 납세액을 줄이려는 것이라는 차이가 있다. 그러나 모두 정상적으로 납부해야 할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는 결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는 같다.

탈루와 탈세 행위가 곧바로 형사처벌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고 이에 대한 처벌은 세금 추징이고 위반자는 추징된 세금을 납부함으로써 책임이 끝난다. 이를테면 행정벌로서 세금을 적게 납부한 것에 대한 고의가 있었느냐의 여부는 불문한다. 그런데 국세청이 조세범 처벌법 상의 조세포탈의 혐의가 있다고 인정할 경우 세금 추징과는 별도로 검찰에 고발하게 되는데 검찰의 수사결과 혐의를 입증할 수 없으면 혐의 없음으로 수사가 종결된다. 검찰도 조세 포탈의 혐의를 인정하게 되면 기소를 하고 법원의 판결이 유죄로 나올 경우에는 조세포탈범으로 처벌된다.



이상은 일반적으로 오해하는 부분들에 대해서 이해하기 쉽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설명을 하려고 했으나 개념에 대한 정리가 안 되어 있다면 여전히 혼란스러울지도 모르겠다. 탈루는 탈루를 통한 탈세를 하는 것이므로 결과적으로는 탈세의 범주에 포함된다. 하지만 탈루와 탈세 그리고 조세포탈을 구분하고 이를 조세범 처벌법 상의 조세포탈의 혐의 또는 조세포탈범과 차별화하는 정도만으로도 일반적인 혼란은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방송이나 언론의 보도를 보면 대체적으로 이런 개념적인 부분들을 혼용함으로써 혼란을 부추기는 듯한데 이런 것은 지양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인순이의 탈루와 강호동의 탈세

각설하고 인순이는 소득 탈루에 대해 의도적인 것은 아니었다고 해명하고 있다. 하지만 인순이의 소득 탈루는 강호동의 탈세보다는 조금 더 의도적이고 악성인 탈세의 유형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방송이나 언론에 보도된 것만으로 보면 강호동의 경우는 비용 계상 등의 방법으로 세금을 줄이기 위한 조세절약의 개념에 가깝다면 인순이의 소득 탈루는 조세포탈의 개념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비용 계상의 문제는 회계 담당자들 사이에서도 세법 해석의 차이에 의해 빈번하게 다툼이 발생하는 문제이고 국세청이 소송에서 패하는 대부분의 사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소득을 탈루하는 것은 세법의 무지에 의한 것으로서 의도적으로 탈루한 것이 아니었다고 보기에는 상당한 무리가 있다고 본다. 물론 절세와 탈세의 경계선이 명확하지 않고 절세를 시도하다가 탈세의 유혹에 빠지기도 하므로 양쪽 모두 탈세에 대한 고의가 없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소득을 그대로 노출시키는 것과 빠뜨려서 축소시키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로서 고소득자일수록 결과에 상당한 차이를 가져오게 된다. 고소득 전문직종이나 자영업자들의 고질적인 탈세가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되는 이유도 교묘하게 소득을 탈루해서 세금을 적게 납부하기 때문이다. 대중들의 인지도를 이용해 고소득을 올리는 연예인들이 소득을 탈루함으로써 고질적인 탈세의 대열에 합류한다면 대중들의 상실감과 분노는 상대적으로 더 커질 수밖에는 없을 것이다.

수년전에 사업소득으로 볼 것인가 기타소득으로 볼 것인가에 대한 견해 차이로 세금을 탈루했다가 추징을 당했던 연예인이 소송에서 패했던 적이 있는데 이때 법원에서 기준을 명확히 했었다. 연예인이 소득을 탈루하는 것이 조금씩 어려워지고 있는데 여전히 현금 수수가 이루어지는 경우에는 소득이 노출되지 않는 경우가 생기고 연예인들이 세금 탈루 의혹을 받는 것도 이런 경우 때문이다. 인순이가 이처럼 현금 수수로 획득한 소득을 탈루하고 추징액이 9억에 이르는데도 세법의 무지에 의한 것으로 의도적으로 탈루한 것이 아니었다고 해명하는 경우는 아니어야 한다.

소득을 탈루하는 것이 더 악성이라고 보는 이유를 예를 들어서 설명해 본다. 음식점이 식자재 가격 상승 등의 이유를 들어 음식 가격을 인상하면서도 현금 매출분의 소득을 탈루한다면 그 부담은 모조리 일반 소비자의 부담으로 돌아오게 된다. 원재료 가격의 상승으로 인한 부담은 각각의 사회계층이 분담함으로써 부담을 줄여야 함에도 음식점의 소득 탈루로 모든 부담은 소비자의 몫이 된다는 얘기다.



이한구 의원(한나라당)에 따르면 국세청이 지난 2005년 이후부터 10차례 고소득 전문직 사업자들을 대상으로 세무조사를 실시한 결과 세무 조사 대상 2,601명의 실제소득은 총 7조4천907억원이었지만 신고금액은 3조8천966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고소득자들의 소득 탈루는 가공할 만한 추징액에서 보듯이 모든 소득이 투명하게 드러나는 직장인들로서는 허탈할 뿐이다. 고소득자들의 소득 탈루는 단순히 그들이 세금을 적게 내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세금부담분을 고스란히 저소득자들의 부담으로 전가시키는 파렴치한 범죄 행위다.

연예인이 소득을 탈루하는 경우는 세금 추징에 그치고 검찰에 고발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들이 의도적으로 소득을 탈루했다고 하더라도 고의를 입증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들이 고의가 없었다고 해명하는 그것으로 끝인 셈으로서 한마디로 걸리면 그만이고 안 걸리면 다행인 그런 거다. 반면에 비용 계상의 방법으로 세금을 줄여보려고 할 경우에는 비용의 입증책임이 납세자에게 있기 때문에 탈세의 여지와 유혹은 그만큼 줄어들게 된다. 여기서 탈루와 탈세를 구분해서 언급하는 중대한 이유다.

강호동이나 인순이가 고의성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그 액수의 다과와는 별개로 그들이 세금을 적게 납부했다는 사실이 바뀌지는 않는다. 그들이 조세법 위반 행위를 한 것에 대해서는 그에 합당한 비판을 받아야 하고 대중들은 그들에게 도의적인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본다. '세금 적게 낸 게 죄도 아니다'는 식의 분위기가 조성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고소득 연예인들의 탈루와 탈세는 일반 봉급쟁이들이 세금 몇푼 환급 받겠다고 영수증을 만들어내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의혹 자체가 의혹인 강호동의 투기 논란

강호동의 탈세 논란이 잠잠해지려고 하자 이번에는 땅 투기 논란이 불거져 나왔다. 도대체 무슨 억하심정이 있길래 이토록 집요하게 한 인간을 물고 늘어지는지 의아할 정도다. '1박2일' 프로그램 하차 발표로부터 숨가쁘게 이어져 온 상황을 보면 아마도 강호동에게 액이 끼어도 단단히 낀 모양이다.

강호동이 땅을 매입한 것은 투기 논란 자체가 이해되지 않는다. 이득을 볼 생각도 없이 땅을 사는 사람이 있을 리는 만무하다. 매입한 땅에 대한 비밀 정보를 알고 있는 사람이거나 그를 부정한 방법으로 매수해서 시세차익을 남기려고 한 경우라면 당연히 비난을 받아야 한다. 한데 강호동이 취득한 농지는 지목 변경이 되지 않으면 시세차익을 기대하기 어렵고 임야의 경우는 취득 후 곧바로 '개발행위 허가 제한지역 및 토지거래 계약에 관한 허가구역'으로 지정돼 버렸다. 그 중에서 임야의 경우 하필이면 장소가 평창이고 매입 시점이 애매하다는 것으로 투기 논란을 벌이는 것은 무의미하다.



투기 논란을 부추기다가 여의치 않자 기자의 눈이 고작 감자에 머물렀다는 것이 투기 논란의 핵심이 아닌가 생각된다. 글쎄, 기자의 눈이라면 농지 소유자와 농지 경영의 실태를 취재하고 이 과정에서 강호동에게 특혜가 주어졌거나 주어지고 있는지로 향해야 하는 것 같아서 말이다. 강호동에게 감자 농사를 지었는지의 여부를 입증하라고 할 필요도 전혀 없다. 해당 지자체장에게 '정당한 사유 없이 자기의 농업경영에 이용하지 아니하거나 이용하지 아니하게 되었다고 인정'하게 되는 시점과 그로 인한 농지 처분 명령을 내릴 것인지의 여부를 취재하면 끝난다.

농업경영에 이용하지 아니하는 농지 등에 해당되어 처분명령을 받으면 농지를 처분해야 하는데 강호동이 농지를 매입한 시점으로 보면 물어야 할 양도소득세만도 엄청날 것으로 보인다. 강호동이 취득한 농지의 경우는 미리 지목 변경된다는 정보를 매수했다면 모를까 전혀 이득이 없는 것으로서 간신히 원금은 건질 수 있을까 의심스러울 정도로 투기 논란 자체가 전혀 의미가 없다.

연예인들의 수십 수백억대에 달하는 호화주택을 보도하면서도 그들에게 호의적인 태도를 보이던 방송사가 유독 강호동의 경우에만 객관적으로도 별로 매력적이지 않은 땅을 찾아가서 부동산 업자들의 평가를 방송하고 여전히 투기 의혹을 부추기는 그 자체가 나로서는 의혹이다. 꼭 그런 식의 방송을 제작함으로써 연예인으로서 뿐만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의 자존감마저 완전히 무너뜨려 놓아야만 직성이 풀리겠다는 듯이 호들갑을 떨어야 할 일인지 의문이다.

주식 투자에 성공한 연예인은 그 성공담을 이용해 또 다른 소득활동을 하기도 한다. 연예인들은 소득을 실물에 투자하기도 하며 그들 중에는 수십 수백억대의 시세차익을 올리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이런 경우 뿐만 아니라 연예인들의 초호화주택도 미화해서 내보내며 전혀 문제 삼지도 않다가 강호동에게만 이렇듯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그 이유가 대체 뭔지 실로 궁금하다. 심지어는 투기라 할 것도 아닌 것으로 끈임없이 투기 의혹을 부추기려는 방송과 언론의 행태는 참으로 꼴같잖다. '꼴같잖은 말은 이도 들쳐 보지 않는다' 했는데 방송과 언론이 꼭 그 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