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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주알 고주알/시사현장 사회

길거리 흡연금지, 흡연장소를 늘려야




3월 1일부터 서울시 서울광장과 청계광장 그리고 광화문 광장에서 담배를 피우면 제지를 당한다. 그러나 6월 1일부터는 담배를 피우다 걸리면 10만원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서울시는 앞으로 금연구역을 단계적으로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한다. 6월 1일부터는 서울시가 관리하는 시내 공원 23개소가, 12월부터는 중앙차로 버스 정류장 295개소가 금연구역으로 지정되고 내년부터는 서울의 길가 버스정류소와 근린공원으로 금연구역 지정을 확대해 나간다고 한다. 단계적으로 확대되는 곳도 마찬가지로 3개월의 계도기간을 두고 그 후부터는 처벌된다.

길거리 흡연을 금지하자는 논란은 오래 전부터 있어왔으나 실외에서의 흡연을 단속할 마땅한 법규가 없었기에 금연구역 표시를 함으로써 금연을 권장하는 것이 전부였다. 그러나 2010년 8월 28일 자치단체가 실외에도 금연구역을 지정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을 골자로 한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이 시행됨에 따라 금연구역에서 흡연하다가 적발될 경우에는 처벌도 가능하게 되었다.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이 시행되자 2010년 10월 18일 서울시의회 보건복지위원회가 동법 개정안의 내용을 골자로 한 '서울시 간접흡연 피해방지조례'를 통과시켰다. 서울시는 '서울시 간접흡연 피해방지조례'가 발효되는 날짜인 3월 1일에 맞춰 서울광장과 청계광장 그리고 광화문 광장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한 것이고 계도기간인 3개월이 경과한 6월 1일부터는 흡연하다가 적발될 시에는 과태료가 부과된다.

비흡연자의 권리도 존중받아야 할테니까 실외 금연구역을 늘리는 것에는 이의가 없으나 추진하는 방법이 너무 극단적이고 단순하다. 늘어나는 금연구역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이 제도의 실효성을 담보할 방안에 대한 청사진은 보이지 않고 주무부서에서는 그저 시민들의 자발적인 협조만을 주문하고 있는 수준이다. 또한 무조건 금연구역을 늘리고 흡연을 전면 금지해야 된다는 식의 자극적인 말을 앞세워 흡연자들을 마치 범죄자라도 되는양 몰아세우며 여론몰이를 하는 것 같다.



여론몰이 하기에 가장 손쉬운 것 중에 하나가 담배가 아닌가 생각된다. 가장 용이하게 재정을 확보할 수 있는 게 담배(현재 2,500원짜리 담배에 붙는 세금은 1,500원이 넘고 담뱃값을 인상하면 인상분은 고스란히 세금으로 들어간다)이다보니 정치꾼들은 수시로 담뱃값 인상을 놓고 여론몰이를 해오고 있다.

길거리 흡연을 금지하기 위한 법 개정안을 만들 즈음에도 여론몰이가 있었는데 내가 보기에는 사실이 꽤나 왜곡된 것이었다. 2009년 서울시의회 남재경(한나라당) 의원이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는데 서울 시민의 80% 이상이 길거리 흡연 금지 정책에 찬성한다고 응답했다고 한다.

이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되던 그 당시에 한국의 흡연율이 40%가 넘었을 때였는데 어떻게 이런 극단적인 조사 결과가 나올 수 있었는지 꽤 황당하다. 유독 서울시민의 흡연율이 낮았든가 아니면 흡연자의 20% 이상이 길거리 흡연 금지에 찬성했다는 얘기가 아니라면 말이다. 그래서 내용을 자세히 봤더니 설문조사의 응답자 중 비흡연자는 72%에 달했고 흡연자의 비율은 14% 정도였다고 한다. 이미 정답을 내놓고 설문조사 대상자를 선별한 것 같은 이 신빙성 떨어지는 극단적인 여론조사결과를 만들어내지 않으면 일이 안되는지 황당하다.

이미 10년 전에 길거리 흡연을 금지해오고 있는 일본과 비교하기도 하는데 이것도 정확한 사실관계를 전달해주는 것 같지는 않다. 일본에서 길거리 흡연을 금지하는 정책이 자리잡아가고 있는 것은 흡연장소를 늘렸기 때문이라고 한다. 거리 곳곳에 설치되어 있는 흡연장소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으며 근처의 흡연구역을 안내하는 지도도 설치되어 있을 정도라고 한다. 비흡연자의 혐오감을 줄이면서 흡연자의 권리를 존중해주는 일종의 타협안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한국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을 정도로 흡연장소를 늘려야 계속해서 늘어날 금연장소에 대한 반감을 줄이면서 옥외 금연 정책도 자리잡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흡연장소를 늘린다면 길거리에 버려지는 담배꽁초도 줄이는 효과가 생길 수 있을지도 모른다. 무조건 금연만 강조하고 꽁초를 버릴 곳을 설치하지 않으니까 나뭇가지 사이와 같이 안 보이는 곳이나 하수구 등지에 버리고 가는 얌체족이 나오기도 한다. 물론 아무런 거리낌없이 길거리에 담배꽁초를 끄지도 않은 채 버리거나 심지어는 담뱃갑을 버리고 가는 꼴사나운 흡연자도 있다.

과거에는 길거리에 쓰레기통이 있어 길을 가다가 거기에 담배꽁초를 버릴 수 있었으나 쓰레기 종량제가 시행되면서 몰래 온갖 쓰레기를 버리고 가는 얌체족들 때문에 모두 사라졌다. 흡연이 화제에 오를 때마다 마치 흡연자들만 얌체족인양 매도당하기도 하는데 이러한 경우는 흡연자의 문제가 아니라 그 사람의 인격의 문제다. 그 후 흡연하고 꽁초를 버릴 수 있는 담배 전용 쓰레기통이 설치된 적도 있었는데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이 또한 흐지부지되버리고 말았다.

옥외 금연구역을 늘리는 것은 좋으나 흡연장소도 쉽게 발견할 수 있을 정도로 늘리고 그 시설의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져야 옥외 금연 정책도 빨리 자리잡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물론 대비책이야 준비하고 있겠지만 시민들의 자발적인 협조가 중요하다는 주무부처의 태도는 의외의 부작용을 가져올 수도 있을 것이다. 가령 흡연자의 동영상을 찍어 인터넷에 올리고 그 사람의 신상을 털어 무자비하게 욕을 퍼부어대는 인민재판식의 인격살인이 수시로 벌어질지도 모른다. 또한 단순히 금연장소만 늘리고 단속할 인원이 부족하다면 그 때는 또 파파라치 제도를 도입해서 전국민이 서로를 감시하게 만들 건가?

"흡연권은 혐연권보다 하위의 기본권으로서 혐연권을 침해하지 않는 한에서 인정되어야 한다." 혐연권을 침해한다면 흡연권은 제한되어야 하지만 흡연권의 제한은 필요한 최소한도에 그쳐야 한다. 지금 옥외 흡연 금지 정책과 관련한 언론과 방송은 이 부분을 소홀히 다루고 있는 것 같다. 여러가지 면에서 흡연장소를 늘리는 게 최선이 아닌가 생각되고 그 시설의 관리가 효율적으로 이루어져야 생각지도 못한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옥외 흡연 금지 정책이 자리잡을 거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