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바보상자 보기/드라마투르기

'드림하이' 매력 있지만 아쉬움이 드는 장면들




드라마 '드림하이'가 등장인물들 모두 해피엔딩을 맞는다는 내용을 그려내며 종영했다. '드림하이'는 스토리 외에도 춤과 노래가 어우러져 있는 버라이어티 드라마로서 보통의 드라마들과는 다른 색다른 재미를 준 매력 있는 드라마였다. 전체적으로 괜찮은 내용의 드라마였다고 생각되지만 그 중에서도 아쉬움이 남게 만드는 몇 장면을 대표적으로 언급해본다.

먼저 드라마의 결말을 보면 다음과 같다.

하얀기획 마두식 사장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윤백희와 현시혁을 빼지 않으면 '드림하이' 멤버 전체가 TV 출연을 못하는 상황에 처한다. 그러자 양진만은 플래시몹 동영상으로 홍보하자는 아이디어를 내고 멤버들이 각각 친구들을 불러 모아 거리에서 '드림하이'를 부르며 퍼포먼스를 펼쳐 이 동영상을 온라인에 올려 홍보함으로써 대중들의 큰 호응을 이끌어낸다.

때마침 가수의 사정으로 방송펑크를 낼 상황에 처한 프로그램이 있었고 마두식 사장의 활약으로 '드림하이'는 마침내 TV 출연을 하게 된다. 무대를 앞두고 송삼동에게 이명이 발생하지만 고혜미와 현시혁의 도움으로 성공적인 무대를 만들어낸다.

그 후 '드림하이' 멤버들은 지원서를 냈던 미국 굴지의 음반기획사 EMG에 모두 2차 오디션에 합격했다는 통지서를 받게 된다. 이들은 최종합격을 위해 선의의 경쟁을 펼치며 분발하는데 송삼동이 EMG의 최종합격자가 된다. 송삼동은 고혜미와 헤어지지 않기 위해 포기하려고 하는데 '가서 더 멋진 모습을 보여달라'는 고혜미의 말에 미국으로 간다. 그리고 송삼동은 대한민국 최초로 미국 그래미 시상식에서 수상을 암시하는 것으로 드라마 초반에 등장했던 K였음이 밝혀졌다.



현시혁 역시 최고의 인기 가수로 성장했는데 송삼동이 현시혁은 자신의 페이스 메이커라고 주장하고 현시혁은 누가 페이스 메이커인지 보자고 응수하는 것으로 보아 송삼동과 현시혁은 여전히 선의의 경쟁자로 남는다는 것으로 그려졌다.

김필숙은 가수 활동을 그만두고 '아이유치원'을 운영하고 있다. 다시 살이 찐 김필숙은 아이들에게 자장가를 불러주며 그 소리에 아이들이 잠드는 모습에 행복을 느끼고 제이슨과의 사랑도 이어갔다. 윤백희는 기린예고 교사가 되었는데 시경진에게 배웠던대로 제자들 앞에 압정을 뿌리고 5분 내에 주우라며 제자들을 가르치고 있다. 시경진과는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으로 보인다.

시경진은 강오혁과 결혼했고 아이도 낳았다. 강오혁은 돈 없는 제자들의 수학여행 경비를 지불하는 여전히 실속 없으나 따뜻한 교사이고 시경진에게 잡혀 사는 공처가인 것으로 보인다. 마두식은 강오선과 결혼해 아이를 낳아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으며 현시혁에게 CF를 찍으라며 돈을 밝히는 속물 근성을 보이지만 현시혁의 의견을 존중해주는 바람직한 기획사 사장이다.

고혜미도 100번째 콘서트를 여는 톱가수로 성장했는데 그래미상 시상식장에 참석하느라 오지 못한 송삼동을 제외한 친구들과 교사들이 100번째 콘서트에 참석해 축하해준다. 고혜미는 100번째 콘서트의 첫곡으로 송삼동의 시골집 화장실에 앉아서 불렀던 노래를 송삼동을 위해 불러준다.

고혜미의 콘서트장에 들렀던 현시혁은 기린예고 교복을 입은 한 학생으로부터 뽀뽀를 받게 되는데 그녀는 바로 꼬맹이였을 때부터 현시혁에게 애정을 표시해왔던 고혜미의 동생 고혜성이었다. 마지막회에서 한장면만을 찜하라면 이 장면을 고르고 싶다.



'드림하이'는 지나치게 자극적인 내용이 없이 기린예고 학생들의 꿈과 우정 그리고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매력적으로 풀어냈다. 스토리를 전개하면서 드라마 사이사이에 춤과 노래와 같은 버라이어티적인 요소를 끌어들여 많은 볼거리를 제공했던 것도 신선했다. 특히나 스토리와 버라이어티적인 요소를 적절하게 배분함으로써 잘 조화시켰던 점은 대단히 좋게 평가하고 싶다. 이렇게 매력적인 면이 많은 드라마였다고 보지만 그런 중에서 아쉬움이 남는 장면들이 있다.

불필요해 보였던 극단적인 장면들

윤백희가 경쟁자인 정아정을 이기기 위해 신발에 압정을 넣어 다치게 한다. 교사인 시경진은 이러한 사실을 알면서도 정아정이 먼저 거짓말을 했다 말하며 편법을 통한 비정상적인 경쟁심을 부추기기까지 한다. 또한 윤백희는 고혜미를 모함하다가 급기야 옥상에서 고혜미를 조준해 화분을 떨어뜨리기도 한다.

이러한 극단적인 장면은 극적이라기보다는 진부하게 느껴지는 장면이다. 이런 극단적인 장면으로 극을 전개하는 것은 청소년들의 성장기라는 드라마의 격에도 맞지 않아 보인다. 특히 윤백희가 화분을 떨어뜨린 것은 윤백희가 현시혁의 마음이 고혜미를 향해 있다는 것을 알고난 이후였는데 단지 이러한 연애감정에 얽힌 갈등 해법으로 사용되었고 그것이 드라마의 전개 과정과도 별로 무관해 보였다는 점에서 다소 극단적인 장면들은 상당히 아쉽게 생각한다.

송삼동은 고혜미를 위험으로부터 구해내지만 고혜미 대신 화분을 맞음으로써 귀에 이명이 들린다는 설정이 등장했다. 물론 송삼동이 이명이 들리는 것은 선천적인 병이라고 그려졌지만 드라마를 전개하기 위해서 꼭 이런 설정들이 필요했을까 의문이다.

그 외에도 고혜미와 현시혁이 대관람차에서 키스하고 송삼동이 우연히 그것을 목격하게 되고 방황한다는 장면은 좀 뜬금없기도 했고 그러한 설정도 반드시 필요했을까 의문이 들게 하는 장면이었다. 드라마에서 러브라인은 상당히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별다른 고민도 없이 이러한 데에 지나치게 의존하는듯한 인상을 갖게 했다. 그보다는 등장인물들의 캐릭터 변화에 촛점을 맞추고 그러한 캐릭터를 진화시켜 나갔다면 더 좋았다고 생각되는 장면들이었다.

윤백희의 성추행 사건을 대하는 교사 시경진의 태도

시경진은 윤백희가 기획사 사장으로부터 성추행 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지만 다른 해결방법을 찾으려는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은 채 그냥 사실을 묻으려고 한다. 현시혁이 폭행사건에 연루된 것은 상처일 뿐이고 극복할 수 있겠지만 윤백희에게는 평생 흉터가 될 거라는 게 시경진의 주장이다.

현시혁은 남자니까 은혜를 저버린 '국민 깡패'로 매도당해도 괜찮고 윤백희는 여자니까 평생 흉터가 되니까 지켜내야 한다는 것이다. 윤백희와 마찬가지로 현시혁도 시경진에게는 똑같은 제자이다. 그런데도 현시혁의 꿈은 좌절되어도 남자니까 괜찮고 윤백희의 꿈은 여자니까 지켜줘야 한다는 시경진의 태도야말로 퇴영적인 사고의 표본이라고 할 수 있다.



시경진은 윤백희의 일을 침묵한 채 매년 그 기획사 사장과 마주하며 어린 제자들을 스카웃시켜 기획사에 들여보내 또 다른 피해자가 생겨날 개연성을 방치할 생각인가? 아니면 스카웃하면 스타로 키워낼 확률이 높은 좋은 기획사임에도 제자들에게 무슨 이유를 들어 가지 말라고 종용할 것인가? 상대적으로 실력이 낮은 누군가가 기획사로 들어가서 스타가 된다면 시경진은 제자들로부터도 도태되고 말 것이다.

탑 기획사 사장이 성추행범인으로 밝혀졌음에도 여타 기획사들에서는 탑 기획사의 눈치를 보면서 윤백희와 현시혁을 캐스팅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런데 현시혁이 키워준 은혜도 모르고 사장을 폭행한 배은망덕한 국민 깡패로 낙인찍힌다면 현시혁이 재기할 기회는 없다. 마찬가지로 윤백희 또한 탑 기획사 사장의 입김으로 영영 재기할 기회를 갖지는 못하게 될 것이다.

시경진의 퇴영적인 사고에서 내놓은 해법은 나이 어린 제자가 혼자서 힘들어하고 아파하다가 떠올리기도 싫었을 정도로 수치스러웠던 일을 직접 말하려고 홀로 무서운 경찰서로 가게 만들었다. 시경진이 교사라면 최소한 나이 어린 제자가 혼자서 그 엄청난 고민을 하고 스스로의 판단에 의해 홀로 경찰서로 가게 만드는 일은 피했어야 했다.

두렵고 수치스러운 말못할 고민을 어렵게 털어놓았지만 교사가 다 지나갈거니까 아무 걱정하지 말라고 얘기하며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한다면 어린 제자는 절망하게 된다. 누군가가 더는 퇴로가 없다고 여겨지는 절망적인 상황에 처한다면 선택하게 되는 것은 건물 옥상으로 올라가는 것밖에는 없다. 다행히 윤백희는 혼자서 경찰서로 가 말하기에도 수치스러운 일을 털어놓으며 극복해냈다. 드라마가 이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서였다면 차라리 성추행 에피소드는 다루지 않느니만 못했다.

'드림하이'는 전체적으로 현실과는 약간의 차이가 있는 판타지물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도 유독 이 장면에서만은 현실 타령을 하는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달콤한 판타지물은 현실에서 벗어나고픈 욕구를 충족시켜준다는 긍정적인 면이 있는 반면에 불편한 현실을 외면하고 편한 쪽으로 합리화하게 만들어버린다는 부정적인 면도 존재한다. 현실을 가미한 판타지물을 만드는 제작자들이 이 양면을 적절하게 조절해내지 못한다면 부정적인 면이 더 커질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부적같이 여겨지는 펜던트 K

'드림하이'는 도입부에서부터 펜던트가 등장하고 그 후에도 드라마를 전체적으로 전개해나가는데 있어서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그런데 이 펜던트를 지니고 있으면 행운을 가져다 주는 마치 부적처럼 여겨지게 만들었던 점은 아쉬웠다.



드라마는 등장인물의 입을 통해 펜던트가 없어도 불안하지 않을 정도의 실력을 갖춰야 한다는 식의 말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기린예고 이사장의 손을 떠난 펜던트를 지니는 등장인물은 하나같이 어려움을 극복해냈고 어려운 상황에 처한 등장인물에게 좋은 일이 생길거라고 말하며 차례로 건네졌고 펜던트를 받은 등장인물은 하나같이 어려움을 극복하고 좋은 일이 생겼다.

기린예고 학생들이 좌절과 역경을 딛고 꿈을 향해 나아간다는 성장 드라마를 표방한 '드림하이'에 이 펜던트는 왠지 낯설고 생뚱스러워 보이기까지 했다. 아마도 '드림하이'는 꿈을 향해 나아가는데 있어 재능이나 끼보다 더 중요한 것은 끝없는 노력이라는 얘기를 하고자 했음일텐데 그런 면에서 드라마의 중요한 장면마다 갈등과 그 해결을 위한 소재로 펜던트를 사용했던 것은 아쉽다.

드라마 '드림하이'가 스토리를 전개하고 갈등을 해결해나가는 수법은 전체적으로 상당히 고전적인 면이 많이 보인다. 거기에 성공 스토리라는 판타지적 요소를 가미하고 춤과 노래 같은 버라이어티적인 요소를 적절하게 사용해 이를 현실감각에 맞게 구성함으로써 매력을 느끼게 만드는 드라마가 되지 않았나 생각을 갖게 한다. 그러나 전체적인 소감은 겉멋이 너무 들어 있는 것 같은 장면들로 인해 아쉬움을 갖게 만드는 드라마였다고 할 수 있겠다. 시즌2 제작에 대한 얘기가 오가는 것 같은데 끝난 드라마에서 말하자면 어깨에 힘을 좀 뺀다면 한결 더 깔끔하고 완성도 높은 드라마가 탄생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