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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2일' 이승기를 '무조건' 보내는게 윈윈이다




이번주 초 이승기가 그동안 출연해오던 '1박2일'에서 하차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는 좀 충격적인 뉴스가 터져 나왔다. '1박2일'은 하차한 김C를 대체할 만한 멤버를 영입하지 못한 상태에서 MC몽마저 불명예스러운 이유로 퇴진해버리는 바람에 현재 5인 체제로 프로그램을 끌어가고 있다. 하차한 2인의 방송분량을 책임져야 하고 시청자들의 기대치까지 충족시켜야 하는 5인의 멤버들과 제작진들의 고충은 만만치 않을 것이다. 이렇게 어려운 상황에서 그동안 '1박2일'에 상당한 기여를 하고 있던 이승기마저 하차하는 상황이 벌어진다면 '1박2일'로서도 큰 악재가 될 것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지금은 이승기도 하차를 결정하기에는 득보다는 실이 많은 시점으로 보인다. 출연하는 프로그램이 어려운 상황임을 알면서도 하차를 고집한다면 이승기 혼자 모든 비난을 뒤집어쓰고 자칫 배신자라는 오명까지 더해져 그동안 이승기가 쌓아왔던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게 될 수도 있다. 게다가 이승기가 일본 진출을 한다고 하더라도 반드시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고 무엇보다 아직 병역의무를 이행해야 한다는 변수가 남아있다. 지금 이승기의 이미지로는 해병대라도 자원입대해야 할 것으로 보이는데 여러가지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쉽게 결정할 만한 일은 아닌 것 같다.

그런데 15일 이승기가 "군 입대로 활동을 중단할 때까지는 계속 '1박2일'에 출연하겠다"고 밝힘으로써 당장의 급한 불은 껐다. '1박2일' 제작진이나 이승기 측이나 서로가 윈윈할 수 있는 타협점을 '군 입대로 활동을 중단할 때'까지로 잡은듯하다. '1박2일' 측으로서는 이승기가 하차한 이후에도 프로그램을 연착륙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려는 시간을 벌기 위함일 것이고 이승기 측으로서는 하차하는 시점을 연장함으로써 여러가지의 부담에서 벗어나 홀가분하게 일본 진출을 추진해보겠다는 계산에서 이러한 타혐점을 찾아냈을 것이라 짐작된다.

알려지고 있는 바에 의하면 이승기가 군에 입대하는 시기는 내년쯤이라고 하는데 '1박2일' 측이 남아 있는 1년여의 기간동안 이승기가 하차한 이후에 프로그램을 안정시킬 수 있는 최적의 방법을 얼마나 빨리 찾아낼 수 있을지가 과제로 남았다. 이승기가 하차한다는 변수를 극복하고 프로그램을 연착륙시킬 수 있는 최적의 방법을 가능한한 빨리 찾아낼수록'1박2일' 측이나 이승기 측이 아름다운 이별을 함으로써 서로 상생할 수 있는 최선의 상황을 자연스럽게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 이승기의 하차 논란과 관련한 일련의 과정을 보면 '1박2일' 제작진들은 이미 이승기의 하차를 막기 어려울수도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으며 그에 대비한 준비를 해오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승기가 군 입대 전까지는 '1박2일'에 잔류할 것이라는 기사가 나온 후 '1박2일' 제작진은 제6의 멤버가 이달 말쯤 첫 녹화를 할 예정이라는 기사를 흘리고 있다. 이것은 이번에 이승기 하차 뉴스가 나오기 이전부터 이미 제작진은 한편으로는 이승기가 하차한 이후를 대비한 준비를 하면서 한편으로는 이승기를 프로그램에 잡아두려는 노력을 병행하고 있었다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제6의 멤버가 월말쯤에 녹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뉴스가 전해지자 '1972년생 배우로, 착한 캐릭터로 나오는 인물'이라는 추측이 솔솔 흘러나오고 있다. 이 추측이 맞다고 전제한다면 김C를 대체하겠다는 의도가 깔린 캐스팅이라는 추측도 무리는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제작진은 일단 이러한 추측은 사실과 다르다고 부인하면서 비밀을 유지하고 있다. 제6의 멤버가 공개되어봐야 알겠지만 혹여라도 김C를 연상할 수 있는 캐릭터를 섭외한 것이라면 그게 적절한 선택일지는 현재로서는 의문이다.

이와 비슷한 문제를 언급했던 적이 있었던 것 같은데 '1박2일'은 김C가 하차한 이후에도 계속해서 김C의 환영을 붙잡고 있다. '1박2일 - 지리산 둘레길을 걷다' 편에서 김종민은 시청자들이 '김C를 원하는 것 같다'며 김C 캐릭터 흉내내기를 시도했었다. 이는 제작진이 김C에 대한 시청자들의 향수를 자극해보겠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나타낸 것이라고 생각되는데 그다지 적절해보이지는 않았다. 시청자들이 김C의 공백을 말하는 이유를 김C의 컴백이나 그의 캐릭터가 유지되기를 바란다는 의미로 단순하게 받아들이고 있는게 아닌가 생각되는데 이것은 오히려 더 어려운 상황을 만들수도 있다.

마찬가지로 이승기가 하차하게 될 경우 이승기의 공백을 메우겠다며 이승기의 환영을 계속 붙잡고 있으려 한다면 오히려 악재가 될 가능성이 더 크다. 이승기의 빈자리를 메워보겠다고 이승기와 유사한 이미지와 캐릭터를 가진 멤버를 영입해서 이승기를 대체하겠다는 생각은 어쭙잖다는 말이다. 누구를 데려다 놔도 이승기가 될 수는 없고 이승기의 빈자리를 완벽히 메울수는 없으며 자칫하다가는 이승기의 빈자리만 더 커보이게 만들어버릴 수도 있다. 그보다는 오히려 이승기와 차별화되는 이미지와 캐릭터를 영입해서 이승기가 '1박2일'에서 쌓아왔던 것과는 다른 새로운 이미지와 캐릭터를 창조해내는게 이승기의 빈자리를 완벽히 메우는 방법일 수도 있다.

그동안 '1박2일'은 하차한 김C의 환영을 계속 붙잡고 놓아주지 않고 있고 하차의 시점만 남았을 뿐 하차는 기정사실로 보이는 이승기에게도 그러한 시도를 하는듯한 제작진의 태도는 양쪽 모두에게 부담이 될 뿐이라고 생각된다. 하차한 멤버를 놓아주지 않으면서 프로그램이 어려운 상황에 처할 때마다 수시로 부담을 주는 셈인데 이렇게 하면 하차한 멤버가 복귀할 거라는 생각 때문인지 아니면 향후에라도 그들이 복귀할 길을 열어두려는 것인지는 몰라도 바람직한 것 같지는 않다. 그들끼리의 일종의 의리 정도로 생각하는 것일수도 있겠으나 단순히 프로그램의 소재로 이용해먹는듯한 지금의 제작진들의 태도는 의리라고 봐주기도 어렵다고 생각된다.



무엇보다 제작진은 이승기에게 무조건이란 단서를 붙이지 말아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주초에 이승기 하차 뉴스가 나왔을 때에 '1박2일' 제작진들은 "'우리 가족이다. 무조건 같이 가겠다'며 끝까지 만류했지만 이승기 측의 의지가 강해 하차로 가닥을 잡았다"는 기사를 흘렸다. 이러한 내용의 기사들이 이승기가 마치 배신자라도 되는듯한 일각의 비난들에 힘을 실어주기도 한다. 제작진들의 입장이야 이해하겠지만 가족이므로 무조건 같이 가겠다는 논리는 억지라고 할 수 있다. 가족이라면 오히려 더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잡기를 권장하고 편한 마음으로 떠날 수 있게 도와줘야지 어떠한 경우에도 무조건 남아야 한다고 고집하지는 않을 것이다.

만약에 이승기가 군에 입대하기 전까지 이승기의 빈자리를 메워줄 마땅한 멤버를 찾을 수 없어 프로그램을 안정화시킬 자신이 없다면 그 때에도 이승기에게 군에 입대하지도 말고 프로그램에 계속해서 남아있어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울 건 아니지 않나. 이제 '1박2일' 제작진과 이승기에게 남은 과제는 서로가 아름답게 이별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방법과 시점을 찾아내는 것이고 그렇게 하는 것이야말로 서로가 윈윈하는 전략이 될 것이라고 생각된다. 만약에 '1박2일' 제작진이 계속해서 무조건만을 고집하다보면 양쪽 모두가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

이승기가 '1박2일'에서 하차한다는 논란이 있을 때 프로그램 내에서 썼던 장기계약서를 언급하면서 이승기가 마치 약속도 지키지 않는 무책임한 사람 정도로 비난하는 의견도 있었다. 이승기가 장기계약서에 서명을 했던 당시 방송을 보면 담당 PD가 핫바를 미끼로 이용해 이승기에게 장기계약서를 체결할 것을 종용했는데 결국 이승기가 핫바의 유혹에 굴복해 지장을 찍었다. "본인 이승기는 2020년 2월까지 1박2일 '출연료 인상없이' '천재지변, 국가비상사태를 포함한 어떠한 경우에도' 출연할 것을 서약합니다"라는 게 바로 서약서의 내용이었다.

"예능을 예능으로 봐야 한다." 글을 쓰다 보면 이런 댓글이 달리는 경험을 자주 한다. 글의 내용에 동의하기는 싫지만 그렇다고 마땅히 반박할 수도 없는 경우에 주로 이런 부류의 댓글로 트집을 잡는 게 아닌가 짐작하고 있다. 그러나 예능을 예능으로 봐야 되는 장면은 바로 이승기의 장기계약서와 같은 그러한 장면들이다. 당시에 이승기가 서명했던 장기계약서의 경우는 방송의 재미를 위한 일종의 시트콤과 같은 설정이었다고 할 수 있는데 굳이 이것을 '국민과의 약속이었다'는 식으로 비약하는 것은 예능을 예능으로 보지 못하는 전형(典型)이라고 할 수 있다.

만약에 이승기가 '1박2일'에 별로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면 아마도 사람들은 이승기가 하차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일 것이라고 예상해 볼 수 있다. 그런데 이승기가 예의 장기계약서를 언급하면서 절대 하차불가를 외친다면 그 때 사람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다. 장기계약서에는 '사후 5대까지 출연을 하겠다'는 내용도 첨가되어 있는데 이승기의 5세손이나 그 때의 시청자들이 이 계약서를 이행하라고 강요할 권리도 없고 이행해야 할 의무도 없다. 말하자면 이승기와 '1박2일' 간에 체결했었던 장기계약서는 법적인 구속력도 없다는 얘기가 되겠다.



그 외에도 납득하기 어려운 논거를 들어 이승기를 비난하는 의견들이 많았는데 나는 그 이유를 언제부터인가 제작진들이 방송을 통해 '무조건' 정신을 은연중에 시청자들에게 주입한 결과라고 본다. 이것은 제작진들의 부담이 크거나 현실에 안주하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지는데 당장은 맹목적인 시청자층에게는 탁월한 효과를 발휘할 수 있지만 그만큼의 독이 될 수도 있다. 방송 제작자들은 당장 편하다는 이유로 방송을 마치 사이비 종교화하려고 하는 것 같으나 오히려 그런 상황을 경계해야 하고 그런 상황이 벌어진다면 그것은 위기 상황에 대한 경고음일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제작진이 이승기에게 '무조건'이란 단서를 붙이지 말아야 한다고 해서 무조건 이승기를 프로그램에서 하차시켜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이승기의 하차가 악재인 것은 분명하나 '무조건 같이 가겠다'는 경직된 자세를 버리고 좀 더 유연한 사고로 대처해야 최선의 해법을 찾아낼 수 있다는 말이다.

향후에도 가장 우선적으로 존중되어야 할 것은 이승기 본인의 의사라고 생각한다. '1박2일' 제작진들이 상기한 장기계약서와 같은 설정으로 이승기를 붙잡아두려고 한다거나 김종민의 경우처럼 병역의무를 마친 후에도 이승기가 프로그램으로 복귀해야 한다는 단서를 붙이려는 시도를 하는 것은 그리 좋은 방법이 되지는 못할 것이다. 그보다는 이승기를 무조건 보낸다는 유연한 사고로 가장 최선의 대안을 최대한 빨리 찾아내는게 양측 모두 윈윈하는 길이 될 거라고 생각된다.

사람들은 결과론적으로 말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사람들이 흔히 말하듯이 '이승기가 현재의 자리에 오르게 된 데는 '1박2일'의 도움이 컸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이승기가 더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할 수도 있는 압력을 행사하는게 정당화될 수는 없다. 이승기가 하차하더라도  이미 여러 경로를 통해 '1박2일'에 대한 애정과 의리를 강조해왔듯이 그가 '1박2일'을 배신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1박2일' 팬이라면 이승기 팬이라면 장기계약서의 구속력에서 벗어날 방법이 없는 상황으로 몰아 배신자 정도로 낙인찍기보다는 아름답게 프로그램에서 하차하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더 성장할 기회를 찾아갈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주는게 맞을 것이다. 그렇게 하는 것이 '1박2일'도 살리고 이승기도 살리는 길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