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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상자 보기/엔터테인먼트

청춘불패 시즌2, 한선화가 롤모델일 수 있다




시즌2 제작을 예고했던 KBS 2TV 예능프로그램 '청춘불패'가 막을 내린지도 어느새 한달이 지났다. '청춘불패'가 종영되긴 했으나 그것이 "폐지가 아닌 시즌1의 종료"라기에 시즌2를 기다리고 있다.

'청춘불패'의 종영이 아쉽기는 했으나 당연한 결과였다고 생각한다. 제작진들에게는 멤버들의 스케줄 조정이 가장 큰 애로사항이었겠으나 시청자가 보기에는 방송의 소재가 빈약해지면서 내용이 부실해지고 있다고 판단되었기 때문이다. 종영하던 즈음에 멤버들에게 시시한 퀴즈 맞히기와 콧물 분장을 시키면서 억지로 분량을 채웠던 방송이 당시 '청춘불패'가 처한 상황을 상징하고 있는 것 같았다.

시청자들은 뷰파인더를 통해서 보여주는 쓰레기는 감동적이라고 하면서도 정작 쓰레기의 현실에 대해서는 외면하고 무시한다. 이렇듯 불편한 현실은 외면하고 눈감으면서 포장된 현실에만 괴이하게 보일 정도의 환호를 보낸다. 심지어는 뷰파인더로 걸러진 쓰레기만 보고서는 그것이 전부이고 옳다고 우기고 다니는 바보짓을 하기도 하고 이미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듯이 짐짓 고고한 척하는 위선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방송이 리얼이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시청자들일수록 리얼리티만 강조한다면 금방 싫증내고 등을 돌리고 만다.



'청춘불패' 시즌2는 이처럼 이중적인 반응을 보이는 시청자들의 어느 수준에 맞출 것인가와 그 수준의 간극을 어느 정도로 좁힐까에 대해 기획 단계에서 충분히 고민하고 결정해야 할 것 같다. 그렇지 않으면 시즌1에서처럼 폐지를 걱정해야 할 정도로 불안한 방송을 제작하게 될 지도 모른다.

이전 글들에서 대국민 약속과 같이 방송 소재를 미리 한정지어버리지 말 것과 전문농업인이 1년 농사 계획하듯이 프로그램을 기획하지 말라고 언급했던 적이 있다. 여기에 담긴 의미는 농촌드라마의 현실을 보면 답을 찾을 수 있다. 현재 농촌드라마는 KBS에서 '산 넘어 남촌에는'으로 간신히 명맥을 이어가고는 있지만 그 방송도 현재 소재가 고갈되어 어려움에 처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걸그룹들의 농촌적응기라는 컨셉을 유지하더라도 소재나 농삿일에 한정한다면 프로그램의 유통기한은 길어야 2년 정도가 될 것이다.

농촌생활을 표방한 '청춘불패'가 방송 초기에 그나마도 시청자를 확보할 수 있었던데는 소녀시대 써니와 유리의 공이 컸다. 그들의 이름값에 걸맞게 시청자를 확보해주고 방송에서도 대단한 활약으로 이슈를 제공해주지 않았다면 '청춘불패'는 방송 초기부터 굉장히 어려웠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청춘불패'가 위기를 맞게 한 것도 써니와 유리였다. 물론 그들의 개인적인 의도와는 다른 것이었으나 어쨌든 그들이 탈퇴하면서 프로그램의 시청률도 많은 차이를 보였다.

결국 제작진들의 가장 우선적인 고민은 멤버 선정과 캐스팅 그리고 그들의 스케줄을 어떻게 조절하는가라고 생각된다. 내가 제작진의 입장이라면 시즌1의 멤버 중에서 가장 탐나는 멤버는 구하라다. 일정한 정도의 시청자를 확보해주고 바쁜 스케줄에도 불구하고 프로그램이 끝날 때까지 매 방송마다 최선을 다하고 방송분량도 알아서 잘 확보해주니 이보다 더 좋을수는 없다.




그런데 의외로 한선화가 롤모델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방송 초기에는 생소했고 그에 따른 말도 많았으나 어렵사리 백지 캐릭터로 존재를 알렸고 본업인 가수로서도 성장했다. 방송 초기에 한선화가 혼자서 무엇을 사러 갈 때였는데 지나가는 학생이 누군지 모른다고 하자 '이제부터 알아가면 된다'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장면이 나왔을 때부터 나는 한선화에 주목했었다. 한번은 제작진이 한선화의 할머니와 동생들을 초대했는데 그 때는 또 흔히 볼 수 있는 맏이들처럼 의연했다. 아마도 제작진들은 초대했던 의도와는 사뭇 달라서 당혹스러웠을거라는 생각도 했었다.

마지막 방송에서 한선화는 꼭꼭 숨겨왔던 놀라운 개인기를 선보이며 큰 웃음을 주었다. 까마귀 소리를 내면서 시크릿의 노래를 메들리로 부른 것인데 제작진들의 의견대로 '까마귀 소리로 재해석한 시크릿 히트곡 퍼레이드 진짜 까마귀도 울고갈 개인기'였다. 왜 그동안 캐릭터를 백지로 잡았었는지, 진행자들이 왜 한선화에게서 이런 숨은 끼를 알아보지 못했는지 의아하다는 생각을 했었다.

한선화는 대표적으로 언급한 것이고 초기에는 생소했던 효민이나 현아도 '청춘불패'를 통해서 많이 성장했다. 자칭타칭 '청춘불패'의 최대수혜자라고 하는 한선화처럼 신인들과 그들의 숨은 끼를 잘 이끌어낼 수 있는 진행자를 캐스팅하는 것에 프로그램 시즌2의 하나의 해법이 있을 수 있다. 프로그램이 폐지가 되든, 시즌2의 종료가 되든 끝까지 같이 갈 수 있는 멤버라면 최선일 것 같다.



시즌2에서는 대국민 약속을 하더라도 시즌1에서와 같은 제한적인 것보다는 좀 더 창의적인 약속을 해야 한다. 시즌1 방송 중에서 하나의 예로 들만한 게 있었다. 모내기를 할 때였는데 모내기를 한 후 '아이돌촌에 구경 오시는 분들을 위해 G7 논에도 청춘불패만의 개성 있는 논으로 변신'시키겠다며 이미지에서 보듯이 근사한 구상을 했었다.

그러나 이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고 얼마 후 논에는 잡초만 무성해져 잡초밭인지 논인지 분간이 안 될 정도로 변해버렸다. 피 뽑기를 했으나 벼 베기를 할 때에는 다시 또 잡초가 우거져 있어서 벼를 베는 건지 잡초를 베는 건지 헷갈릴 정도였다. 개인적으로 프로그램을 시청하면서 가장 아쉬웠던 부분을 꼽으라면 바로 이 장면이다.

그러나 이 장면은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부분이기도 하다. 실제로는 현지인들의 도움으로 농삿일을 다 하면서 방송용으로만 적당히 일하는 장면을 보여주는 그런 방송은 아니라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청춘불패'는 현지인들과 진정으로 소통하며 동화되려고 했고 그 과정에서 아이돌들도 함께 성장하는 모습 등 긍정적인 면이 많은 프로그램이었다.



병풍 캐릭터로 주변을 돌던 효민은 마지막 방송에서 '푸름이 한테 인사를 하고, 푸름이가 처음으로 눈을 마주치고, 저희한테 다가와가지고, 푸름이 항상 저 피하고 그랬었는데'라 말하며 울먹였다. 효민의 이 마지막 소감에는 '청춘불패'란 프로그램이 그리고 프로그램의 멤버들이 이 프로그램을 진심으로 대해왔었음이 잘 드러난다. '청춘불패' 멤버들이 프로그램의 무대였던 유치리를 떠났지만 거기에는 그들의 흔적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그들이 남겨둔 흔적을 찾아 가 노주현이 제안한 정기적인 모임을 갖고 현지인들과의 인연을 이어간다면 이 프로그램이 줄 수 있는 마지막 감동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