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미주알 고주알/시사현장 정치

군 당국, 의혹 없게 '호국 훈련' 명확히 해야

   
   
   
북한이 이번에는 전쟁범죄라는 말밖에는 달리 할 말이 없는 경악할 만한 사건을 저질렀다. 북한군이 어제 오후 연평도에 해안포와 곡사포 100여 발을 발사해 대한민국 해병대 병사 2명이 전사하고 16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게다가 민간인 거주지역에 무차별 포격을 퍼부어 민간인도 3명이나 부상 당했다. 이것은 정전협정 위반이니 남북불가침협정 위반이니 따질 필요도 없이 명백히 전쟁범죄다.

김정일을 따라다니는 수식어인 '통 큰 지도자'란 겨우 이런 정도의 의미에서 붙여진 것이었고, 북한이 틈만 나면 주워섬기는 '우리 민족끼리'란 것 또한 민족을 살상의 대상으로 삼는다는 것에 불과했나? 김정일 정권은 국제사회 질서에서는 물론 민족주의적인 관점에서 보더라도 범죄자에 해당한다. 이젠 김정일 정권을 통일의 카운터 파트로 인정하는 게 최선인지를 진지하게 검토할 때인 것 같다. 독재자든 뭐든 그래도 일국의 리더라는 자가 하는 짓이란 게 고작 선빵 날리면서 블러핑이나 치는 정도라면 그를 상대로 무슨 논의를 한다 한들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군 당국은 천안함 침몰 사건 때와 마찬가지로 북한에 빌미를 줘서 북한의 작전에 말려들지 않으려면 이번 사건과 관련해서는 쓸데없는 의혹을 만들거나 졸속적인 밀어붙이기는 하지 말아야 한다. 북한의 소행이라는 정황증거를 확보하고도 금방 들통날 허위의 보고와 무리한 밀어붙이기로 자국민들조차도 믿지 못하게 만들었던 천안함 침몰 때와 같은 우스운 일이 반복되지 않게 해야 한다.

그러려면 무엇보다 북한이 연평도에 100여 발의 포격을 퍼붓고도 되려 한국의 탓이라고 걸고 넘어지는 '호국 훈련' 부분을 명확히 하고 갈 필요가 있을 것 같다. 호국훈련은 어느 지역에서 어느 정도의 규모로 진행됐는지, 연평도에서 실시했던 포격은 호국훈련의 일환이 아니라 연평도 해병대가 연례적으로 실시하는 통상적인 포격훈련이 맞는지 명확히 해야 한다.

또한 북한이 이날 오전 8시 20분에 보냈다는 '한국군이 호국훈련의 일환으로 연평도 인근에서 실시할 계획인 사격 훈련과 관련해 북측 영해로 사격을 할 경우 좌시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전화통지문과 그를 받은 한국군이 '호국훈련과 무관한 통상적인 것이라며 예정된 사격훈련을 진행하겠다'고 답신했다는 내용과 받고 주었다는 사실이 있었는지를 명확히 해야 한다.

"훈련은 연평도 서남쪽 우리 영해를 향해 이뤄졌으며 훈련 해역은 이미 국제상선공용통신망 등을 통해 모두 공개됐다"고 합참 관계자가 말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런 내용들과 실제 포탄이 날아간 곳을 명확히 공개하고, 터무니 없지만 북한이 설정했다는 해상군사분계선에서는 또 어느 부근으로 포탄이 날아갔는지 등을 비교해서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 하지 않고 북한이 호국훈련 핑계를 대는 것을 방송이나 언론을 동원해 '적반하장, 생트집, 책임 떠넘기기' 등으로 북한의 도발이 호국훈련과는 관계가 없다는 주장만 되풀이한다면 또 다시 천안함이 침몰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의혹을 키울 수도 있다. 그리 된다면 북한과 어떻게든 북한을 비호할 구실을 찾는 세력들에게 빌미를 주어 그 때처럼 또 다시 말려들 수도 있게 된다.

그런데 이미 정부는 물론이고 군 당국이 북한이나 추종 세력들에게 어떤 빌미를 제공할 수도 있는 의혹을 만들고 있다. 합참은 호국훈련 일환으로 백령도와 연평도 사이에서 포사격 훈련을 했다고 했으나 호국훈련이 아니라 연평도 해병대가 연례적으로 실시하는 통상적인 포격훈련이었다고 정정했다. 이는 기자들이 보도를 잘못했다고 하는데 청와대 대변인도 이 부분을 확인중이라는 공식 브리핑을 했었다. 바로 이런 석연치 않은 부분들을 명확히 하지 않으면 의혹으로 발전하게 된다.

그리고 북한의 최초 공격 시간이 14시 43분이라는 기사도 있고 14시 34분이라는 기사도 있는데 이것은 국방부가 발표를 잘못 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이 첫 대응포격을 한 시간이 14시 47분이었다고 하는데 "대응사격은 소총처럼 발사하는 것이 아니라 정상적인 승인을 거쳐야 하고, 북한은 민가를 향해 발사했지만 우리는 민간인 피해 없이 정확한 원점에 타격하기 위해 원점을 파악하는 시간이 필요했다"는 군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북한의 최초 공격 시간은 14시 34분이 맞는 것 같다. 군 조직에서 이런 단순한 데에서조차 혼선을 빚으니까 늑장대응에 대한 비판을 피하기 위해 거짓말을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만드는 거다.

또한 북한의 포격에 대한 이 대통령의 발언도 혼선을 빚고 있다. 이 대통령의 발언 변화를 보면 "확전되지 않도록 관리를 잘하라" ⇒ "확전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라" ⇒ "단호히 대응하라. 상황이 악화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라" ⇒ "북한이 다시는 도발할 수 없을 정도로 막대한 응징을 해야 한다" 등으로 계속 바뀌고 있다. 오늘 아침에는 또 어떻게 바뀔지 내심 궁금하기까지 하다. 청와대에서부터 이런 식으로 말을 바꾸면 뭘 어떻게 하자는 건지 참 답답하다.

정부나 군 당국이 나서서 허위의 변명으로 의혹을 만들어 내고서는 오히려 국민들의 탓으로 돌리며 억압하려다가 조사 결과의 신뢰도마저 떨어뜨렸던 천안함 침몰 사건 때와 같은 일을 반복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공개할 건 모두 공개하고 명확히 해서 의혹이 생길 여지를 주지 않아야 북한이나 추종 세력들에게 어떠한 구실도 제공하지 않게 될 것이다. 벌써 유엔주재 북한대사는 남북한간에 논의될 사안이지 유엔 안보리에서 논의될 문제가 아니라고 설레발치고 있다. 천안함 때처럼 의혹을 만들면서 성급하게 덤빈다면 똑같은 일이 반복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