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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주알 고주알/시사현장 사회

정당 부대변인 졸도, 이젠 밝혀라

   
   
   
영화배우 김부선이 유명 정치인과 잠자리를 했다는 한 언론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촉발된 사건이 야당 부대변인이 졸도하는 어이없는 사태로까지 번졌다. 이 사건을 정리해 보면 아래와 같다.

11월 11일 발행된 한 언론매체에 김부선의 인터뷰가 실렸는데 '김부선이 지난 6.2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한 정치인과 잠자리를 한 적이 있다'는 내용의 인터뷰였다. 김부선은 인터뷰에서 "몇 년 전 변호사 출신으로 피부가 깨끗하며 지난 지방선거에 당선된 한 정치인과 데이트를 즐기고 잠도 잤다"고 밝혔다. 그런데 그 정치인은 "분명 총각이라고 말했는데 알고보니 처자식 딸린 유부남이었다"고 했다. 그리고는 "그래도 실명은 거론하지 말라, 그가 가진 권력으로 나를 괴롭힐 수 있다, 끝까지 말하지 않으면 너무 억울해 지금 말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인터뷰 기사의 내용이 퍼지자 일부 네티즌들이 김부선과 잠자리를 한 정치인에 대한 신원파악에 나서면서 문제가 커지기 시작했다. 급기야 특정 정치인의 실명이 거론되기 시작했다.

11월 15일 김부선 인터뷰와 관련해 자유선진당 윤혜연 부대변인이 논평을 발표한다. "정치인의 성모럴이 위험수준이다"라는 제목의 논평은 정치인의 자정과 실명이 거론되는 해당 지자체장은 정치권을 떠날 것을 촉구하는 내용이다.

11월 15일 김부선은 자신의 공식 팬카페에 실명이 거론되는 정치인은 잠자리를 한 당사자가 아니라는 해명글을 올려 진화에 나섰다. 일부 네티즌들이 근거로 삼는 지방지에 썼다던 그 댓글은 자신이 단 것이 아니라고 반박하며 형사고소를 해서라도 반드시 범인이 잡혔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렇게 유야무야되는 줄 알았던 김부선 인터뷰 관련 사건은 뜻밖에도 실명이 거론되던 정치인 A씨가 자유선진당 부대변인에게 항의전화를 걸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새로운 국면으로 돌입했다. 정치인 A씨로부터 항의전화를 받았던 윤혜연 부대변인이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졌는데 자유선진당 박영선 대변인에 따르면 정치인 A씨의 고성과 막말을 서슴지 않았던 전화를 받고 밤새 속을 끓이며 앓다가 쓰러진 것 같다고 한다.

정치인 A씨는 왜 정당 부대변인에게 전화를 걸어 고성과 막말을 서슴치 않았는지 이상한 일이다. 정치인 A씨의 실명이 인터넷에 떠다니기 시작한 것을 토대로 정치인의 자정과 해당 지자체장은 정치권을 떠나라는 윤혜연 부대변인의 논평은 할 수도 있어 보이는데 말이다.

윤혜연 부대변인의 논평이 올라온 것은 2010. 11. 15. 16 : 16 이었고 김부선이 실명이 거론되고 있는 정치인 A씨는 아니라는 해명글을 올린 것은 2010. 11. 15. 18 : 28 이었다. 김부선은 자신의 인터뷰와 관련한 사건이 일파만파로 커져나가자 진화에 나섰던 것으로 보이고, 윤혜연 부대변인은 김부선의 해명 내용을 알지 못한 상태에서 논평을 냈던 것이라 할 수 있다.



윤혜연 부대변인의 논평을 보면 정치인 A씨의 실명을 직접적으로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인터넷에 실명이 떠다니는 정치인 A씨임을 특정할 수 있는 내용이다. 그러나 김부선의 해명글이 올라오면서 이미 윤혜연 부대변인의 논평은 웃음거리가 되어 버린 상태였다. 그럼에도 정치인 A씨가 정당 부대변인에게 전화를 걸어 욕설로 거칠게 항의를 했다는 사실은 좀 이상한 일이다.

언론 보도를 보면 정치인 A씨는 윤혜연 부대변인에게 시장실 전화로 직접 전화를 걸어와 소리를 지르며 반말로 협박을 했다고 한다. 이에 윤 부대변인이 반말을 문제삼자 '나보다 나이도 어리구만, 반말 좀 하면 어때서'라고 했다고 한다.

정치인 A씨로서는 억울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정당 차원에서 이루어진 공당의 공식 논평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논평을 발표한 부대변인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반말과 협박을 한 것은 시대착오적인 언행이었다. 게다가 김부선의 해명글이 올라오면서 이미 혐의를 벗은 상태였음에도 정치인 A씨가 정당의 부대변인에게 시장실 전화를 이용해 직접 전화를 걸어 협박을 할 이유가 있었을까 싶다.

사건의 단초는 김부선의 인터뷰였고, 특정 정치인의 실명이 거론되는 상황으로까지 사태를 키운 것은 일부의 네티즌들이었고, 일부 언론은 이러한 네티즌들의 루머를 인용해 특정 정치인의 이니셜을 거론하기에 이르렀다. 정당이 이렇게 확인되지 않은 루머를 사실확인도 하지 않고 덥석 문 것은 좀 우스운 일이기는 하다. 그러나 정치인 뿐만 아니라 한국 지도층들의 성모랄이 위험수준인 것은 사실이고 정당에서 이러한 정치인의 성모랄을 문제삼을 수도 있다고 본다.

한 여배우와 한 정치인, 두 성인남녀가 합의하에 잠자리를 같이 했다는 가십거리에 불과한 이 사건이 왜 이렇게까지 눈덩이 불어나듯이 커지게 되었는지 희한한 일이다. 유부남임을 속이고 총각 행세를 했다는 것이 문제라 하더라도 그것은 김부선 개인 영역의 문제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상대가 유력 정치인이라면 문제가 다르고 해당 정치인의 도덕성은 비난받아야 한다.

이 사건을 여기서 유야무야 덮어 버린다면 더 우스워질 것 같고 이젠 밝혀야 할 때인 것 같다. 자유선진당은 자당 부대변인에게 반말로 협박 전화를 건 지방자치단체장이 누구인지 공개해야 한다. 그리고 누구인지를 특정하기에 부족하지 않을 정도로 언급했던 김부선도 상대 정치인이 누구였는지를 밝히는 게 좋을 것 같다. 사실 이게 좀 우스운 일이기는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김부선과 잠자리를 했던 한 남자의 도덕성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인의 도덕성의 문제로 의미가 바뀌어버렸다.

윤혜연 자유선진당 부대변인, 반말로 협박하는 전화를 받고 쓰러질 정도라면 이 사람도 정치할 체질은 아닌 것 같은데 어쩌다가 정치권에 뛰어 들었는지 모르겠다. 물론 나름대로 의도한 바가 있을 것이고 그러한 난장판에서 살아남아 국회의원이 된다면 세월이 바뀌어도 구태를 반복하는 똑같이 우스운 정치인은 되지 않겠다는 것을 신조로 삼아야 할 것이다. Bonam Fortun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