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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두 식당의 서로 다른 손님 응대법

   
   
   
수년(數年) 전에 식당에 가서 주문을 하고 자리에 앉았는데 식당 중앙 부근의 공중에 거미 한 마리가 매달려 있는 게 눈에 띄었다. 여러 사람들이 수시로 지나다녔을 만한 위치였는데 어떻게 거기에 매달려 버틸 수 있었는지 신기해서 보고 있었다. 그런데 사람들이 절묘하게 그 거미를 피해서 들어오고 나가기를 반복한다. 내 눈에는 불안하게만 보였던 그 자리는 거미가 본능적으로 찾아낸 안전한 위치였던 것이다.

그러던 중 식사가 나왔고 나는 식사를 내온 식당 주인에게 그 사실을 알려주었다.

"저기 거미 한 마리가 매달려 있네요, 저기서 어떻게 버텨냈는지 신기합니다."

그러자 그 식당 주인은 자신이 직접 잡으려고 일어서는게 아니라 다른 종업원을 부르더니 잡으라고 말을 했고 그 종업원이 와서 그 거미를 그 자리에서 죽여버리지 않고 밖으로 내몰았다. 식당 주인은 내게 내온 음식을 식탁에 올려놓고 있던 중이었으므로 직접 거미를 잡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생각했고 종업원 역시도 음식을 마주한 손님들이 보는 앞에서 거미를 죽이는 건 좋지 않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렇게 상황이 종결되자 식당 주인이 한 마디를 던졌다.

"저 거미가 장사가 안 되는 집인 줄 어떻게 알고 여길 들어왔지?"

그 옆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유쾌하게 웃었고 다들 기분좋게 식사를 시작했다. 물론 이 식당이 장사가 안되는 집은 아니었다.

그 얼마 전에 또 다른 식당인 설렁탕집에 간 적이 있었다. 먼저 내 앞에 김치를 담은 작은 뚝배기 항아리를 내왔는데 이전 손님이 거기에 밥알을 떨어뜨렸는지 밥알이 떨어져 있었다. 아마도 매 손님마다 김치를 내오는 게 아니라 먹는 사람들이 알맞게 덜어서 먹게 하기 위함인지 큰 뚝배기 항아리에 담아서 이쪽 저쪽 상으로 옮겨 놓는 것으로 짐작이 되었다. 식사를 내온 종업원에게 보여주며 말을 했다.

"아지매요, 여기 밥알이 떨어져 있네요."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이 종업원의 목소리 톤이 올라가더니 바로 되받았다.

"손님들이 없으면 당연히 냉장고에 넣어 두죠. 그거 냉장고에 안 넣어 둘까 봐요?"

난 트집을 잡으려고 한 게 아니라 언제 거기에 밥알이 떨어졌는지는 알 수 없으나 그런 식으로 계속해서 다른 손님들에게 돌려가게 된다면 불편한 손님이 늘어날 수도 있으니 그저 내 선에서 조용히 해결되기를 바랬던 거였다. 아마 김치도 절약하고 매 손님마다 일일이 김치를 내와야 하는 일손도 덜겠다는 의도였겠지만 그래도 최소한 다른 손님에게 옮겨 갈 때에 확인을 했더라면 그런 일은 안 생길 수도 있었을텐데 그런 마음도 있었다.



그런데 그 종업원이 동문서답에 가까운 대답을 하며 언성을 높였던 이유는 아마도 그까짓 설렁탕 하나 시켜 먹으면서 무슨 트집에 잔소리냐는 식으로 고깝게 받아들였던 것 같다. 황당하기도 하고 당혹스럽기도 했기에 잠시 말문이 막혀 가만히 있었다. 그 종업원이 그제서야 밥알이 눈에 들어왔는지

"어? 밥알이 떨어져 있네."

라고 말을 하더니 뚝배기 항아리 안에서 그 밥알이 떨어진 김치만 손으로 달랑 들어서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가버렸다. 이중 삼중으로 불쾌했지만 찝찝해서 김치에 손을 댈 수는 없었고 같이 내온 깍두기와 고추로만 설렁탕을 먹고 나왔다.

설렁탕은 5천원짜리이고 앞의 식당에서 주문한 음식은 4천원짜리였는데 앞의 식당 주인이 4천원짜리 시켜놓고 별 트집을 다 잡는다는 식으로 받아들이고 대충 일어나서 음식 놓던 손으로 거미를 잡아버리고 불쾌해했다면 나 역시도 식사를 불편하게 했을 것이다.

그 후 나는 뒤의 설렁탕집에 더 이상 가지 않는다. 물론 나 하나가 그 설렁탕집에 가서 설렁탕 한두 그릇 팔아주든 안팔아주든 그 집의 매상에 전혀 영향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한가지는 확실하게 배웠다. 그러한 경우에는 애써 호의를 보일 게 아니라 목청을 높여 트집을 잡아야 그나마 손님 대접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성격상 여전히 그렇게 하지는 못한다.

살다보면 이처럼 주는 사람의 마음보다 받아들이는 사람의 마음이 어떠한가가 더 중요하다고 느낄 때가 참으로 많이 있다. 선의나 호의를 보이는 것은 무조건적으로 선(善)이 아닌 것 같다. 받아들이는 사람이 어떻게 받아들이는가에 따라 선(善)이 될 수도 있고 악(惡)이 될 수도 있다. 동일한 말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그 결과는 천양지차로 나타나는데 전혀 정반대의 결과가 왕왕 생겨서 곤혹스러울 때가 많다.

"괜히 어쭙잖은 호의나 친절을 베푸는 것은 한심하고 바보같은 짓에 지나지 않는다. 어차피 말을 해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골백 번 말을 해도 알아듣지 못한다. 아예 외면하고 철저히 무시해 버리는 게 최상책이다." 세상은 기회만 있으면 나한테 철저하게 오만해지라고, 이기주의자가 되라고 시시때때로 이렇게 강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