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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불패' 1주년, 포맷을 바꿔야 한다

   
   
   
'청춘불패' 첫 방송을 보았을 때는 이 방송 과연 얼마나 유지될 수 있을까 싶었는데 벌써 1년이나 지났다는 게 신기하다. 어찌됐든 그동안은 용케도 잘 버텨왔지만 근래의 방송을 보면 땜질식으로 적당히 방송 분량을 뽑아내기에만 급급한 것 같다는 인상을 받는다. 이렇게 된 데에 가장 큰 문제는 일곱 멤버들의 스케줄이 바빠지는 시즌이기 때문일 것이다. 하나 프로그램에 전념할 수 없다면 이전에 탈퇴했던 멤버들처럼 프로그램을 떠나는 게 맞는 것이고 제작진들도 더 적극적으로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는 새 멤버를 영입하는게 낫다.

그러나 그보다 더 문제는 소재와 아이디어가 고갈된 것 같다는 데에 있다. 물론 또 다시 일상은 반복되는 것이고 그에 맞춰 그때그때 땜질하듯 방송을 제작할 수는 있겠지만 그런 식으로 해서 이 프로그램이 과연 얼마나 더 유지될 수 있을 지 의문이다. 시청자로서 이런 프로그램 하나쯤은 꼭 있었으면 좋을 것 같은데 지금과 같은 발등에 떨어진 불이 아니라 최소한 분기 정도는 염두에 두고 방송을 제작할 만한 아이디어를 내놓지 못한다면 힘들 거라고 생각된다. 만약에 멤버들이 농촌에서 주로 농삿일을 하는 프로그램이라고 마치 전문 농업인들이 1년 농사 계획하듯 아이디어를 내놓는다면 프로그램을 접어야 할 날도 그만큼 빨리 다가오게 될 것이다.

방송 현실을 잘 모르는 시청자의 입장에서 구체적인 언급을 하는 것은 무의미할 수도 있겠지만 전체적인 프로그램의 아우트라인을 새로 짜고 그에 맞게 포맷을 정할 필요가 있지 않겠나 생각된다. 그리고 당면한 문제로는 대국민 5대 약속을 현실에 맞게 수정 또는 변경할 필요가 있겠다. 대국민 5대 약속은 표면적으로는 그럴 듯해 보이고 프로그램의 정체성을 확실히 한 것 같지만 문제는 그만큼 활동의 폭이 좁아져 버리고 반복의 주기가 빨라진다는 데에 있다.



그리고 대국민 5대 약속 중에서 다른 네 가지는 일시적이더라도 어차피 농삿일을 하고 있으니까 현실적으로 무리가 없지만 '워낭소리를 꿈꾼다'는 항목은 현실성도 없을 뿐더러 별다른 의미를 찾을 수가 없다. 일소로 길들이겠다는 제작진의 의도는 아마도 기계화된 농촌에서 일소로 논밭을 가는 풍경만으로도 행인의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한데 G7이 일소로 논밭을 가는 풍경을 보여준다면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킬 수도 있다는 판단일 것이다. 무엇보다 제작진들의 관심은 그렇게 일소로 길들이는 과정만큼 방송분량을 늘릴 수 있다는 데에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G7이 일소로 길들이는 것은 무리다. 근래에는 거의 한달에 한번 정도 아이돌 촌에 모여서 방송 제작을 하는 것으로 보이고 설사 매주 모인다고 하더라도 일소로 길들이기는 쉽지가 않다. 물론 G7이 일소로 길들이는 촬영을 하고 나면 현지인들이 대신 길들이는 것을 도와줄 수도 있고 G7의 힘만으로 어찌어찌해서 일소로 길들인다고 하더라도 그 일소로 도대체 무슨 일을 하겠다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저 방송 촬영 날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논밭 아무 데나 갈어엎는 무의미한 일을 반복할 생각이 아니라면 말이다.

지난 주 방송에서는 소를 수태시켰다고 하면서 그것을 정당화하기 위해 이리저리 꼼수를 부리던데 '그런 거 자주 하면 습관 된다', '그거 습관 되면 시청률 떨어진다'. 제작진들이 원하는 건 결국 사람들에게 보여 줄 송아지가 필요했던 것일텐데 하여튼 방송쟁이들은 갖다 붙이기는 참 잘도 갖다 붙인다. 아무리 봐도 '워낭소리를 꿈꾼다'는 대국민 약속은 가당찮은 것으로 보인다. 그보다는 구하라가 농기계 자격증을 따는 게 더 현실적이고 소가 필요하다면 일소로 길들이겠다는 무의미한 것보다는 차라리 소를 사육하는 쪽이 백번 낫다.



그리고 소 코뚜레하는 장면은 왜 자꾸 리와인드하는 것인지 앞으로도 도대체 몇 번이나 더 리와인드할 생각인지 이제는 좀 딱하게 생각된다. 그러한 잔인한 장면을 리와인드해 보면 어떤 희열을 느끼는 것인지 아니면 방송할 내용이 그것 밖에는 없다는 것을 광고하는 것인지 몰라도 그 잔인한 장면은 이제 그만 리와인드해 줬으면 좋겠다. 소 코를 꿰어 사람의 편익에 이용해 왔지만 말 못 하는 짐승일수록 긍휼히 여기고 함부로 대하지 않았던 게 바로 조상들의 지혜다. 영화 '워낭소리'가 감동적이었던 이유를 생각해 보면 '청춘불패'가 일소로 길들이겠다는 발상이 얼마나 무의미한 것인지는 명백하다. 일단 소가 새끼를 낳을 때까지 시간은 벌었지만 무의미한 발상은 변경하는 게 낫다.

그 전의 방송에서는 계곡에서 가재를 잡았다가 다시 다 놓아주는 에피소드가 나왔었는데 고작 가재를 잡았다가 다시 놓아주기 위해 계곡을 그 난장판으로 만들었는지 어이가 없었다. 천렵을 할 생각이면 필요한 만큼만 잡아서 먹으면 될 일이지 단지 방송용으로 난장판을 만들었다가 마치 선심이라도 쓰듯이 놓아 주는 것은 보기에 좀 불유쾌하다.

"여기가 무슨 짝짓기 프로그램이야?" 효민의 촌철살인의 한마디를 마지막으로 추가하고 싶다. 이 프로그램의 작가들이 죄 여성들로만 구성되어 있다는 생각도 드는데 프로그램의 성격과 정체성을 좀 더 다양한 각도에서 재검토해 볼 필요도 있지 않겠나 그런 생각도 든다. 송은이가 합류하면서 오히려 노주현보다도 더 안정적이고 무게 중심을 잘 잡아 나가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 정도로 프로그램이 전체적으로 한층 안정되어 보이는데 하여튼 진행에서의 불안요소는 많이 해소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맞게 좀 더 현실적이고 안정적인 포맷을 다시 기획하는 게 방송 1주년을 맞은 '청춘불패'의 과제가 아닐까 생각된다. 이런 프로그램이 지지부진하다가 사라져 버린다면 시청자로서도 아쉬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