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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주알 고주알/미디어와 언론

내 촛불의 배후는 바로 조선일보였다.

나는 촛불집회에 참가했었고 여전히 촛불을 지지하는 사람중의 하나다. 나로 하여금 촛불집회에 참가하게 만들었던 것은 바로 조선일보였고 여전히 촛불을 지지하게 만들고 있는 것 또한 조선일보다. 아고라를 알게 해 준 것도 역시 조선일보였으며 나같은 사람이 민주노동당이나 소위 진보라 불리는 정당과 단체들의 정책이나 주장들에 관심을 갖게 만든 것 또한 조선일보였다. 그러니 내 촛불의 배후는 바로 조선일보다. 조선일보는 자꾸 엉뚱한데서 배후세력을 찾으면서 본질을 왜곡하려고 하지 마라.

아래의 글은 내가 작년 6월 조선일보 토론마당에 썼던 글이다. 당시 조선일보 사회부 기동팀이 촛불집회를 취재하면서 썼던 글을 '조선노보'에 올렸는데 조선닷컴이 그 글을 재게재하면서 보게 되었고 아래 글은 그 글에 대한 비판의 형식으로 쓴 것이었다. 황당한 상황에서 아래의 글을 썼기 때문인지 매끄럽지는 않다. 이 시점에서 내가 이 글을 조선일보에서 꺼내오는 이유는 아래와 같은 당시의 질문을 다시 던지기 위해서다.


이미 캐나다와는 분쟁이 시작되었고 광우병이 창궐했던 서구의 국가들과의 분쟁은 예정되어 있다고 볼 수 있는 상태다. 그런데도 조선일보는 여전히 이런 현실적인 문제들에는 눈을 감은 채, 촛불집회의 배후가 어떻고 좌파가 어떻고하는 구태의연하고 낡아빠진 이념 선동질에 여념이 없다.

조선일보 이 사람들, 참 애증이 교차한다. 이 사람들은 왜 한국 사회의 모든 구성원들에게 이득이 되는 일이라면 게거품을 물고 반대하는지, 왜 '틀리다'의 문제를 '다르다'의 문제로 끌고 가려고 하는지 도무지 모르겠다.


 



'핵심, 결론이라는 뜻'이라고 해설까지 해 둔 '야마'란 말이 뭡니까? 이게 일본어라 생각되는데 맞습니까? '조선노보'에 기고한 내용을 재게재한다는 것으로 보아 아마도 야마란 말은 기자들 사이에서 쓰이는 은어인가 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것을 조선일보내에서만 보는게 아니라 일반인들이 보게 되는 조선닷컴에 올릴 때는 그따위 은어는 쓰지 말아야 합니다. 게다가 일본어에서 유래한 은어를 쓴다는게 말이 됩니까? 이게 조선일보의 정체성입니까?

왜 핵심이 안 잡히는지 아십니까? 모든 것을 이념이라는 잣대로 보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그 이념을 빼버리고 나가서 다시 보십시오. 그럼 그대들이 말하는 야마라는게 잡혀 올겝니다. 지금의 한국사회는 복잡하고 다양해졌고 서울광장에 모인 촛불들은 이념을 부정하는데 그대들은 낡아빠진 이념을 들이대고 보니 야마가 잡히겠습니까?

그대들이 처음부터 이념이라는 잣대로 사태를 다루지만 않았어도 그래서 전 국민들을 상대로 이념의 선택을 강요하며 편가르기를 하려고만 않았어도 이번 사태가 이 지경까지 오지 않았습니다.

일반 시민들이 '광우병 괴담'을 믿고 있다고 했습니까? 그대들은 조선일보도 안 봅니까? 사회부 기자들이니까 조선일보 전체를 보지는 않습니까? 조선일보 기자란 타이틀을 달고 다닐라면 조선일보에 실린 기사들은 좔좔 외고 다니십시오.

광우병 이거 말입니다. 조선일보에서도 계속 의문시해 왔었고 미국 쇠고기가 광우병의 위험으로부터 정말 안전한가에 대한 의문은 조선일보도 계속 기사화해 왔었던 겁니다.

MBC, KBS 역시 이명박 정부 이전에 광우병의 위험성을 알리는 시사프로그램을 여러번 방영했었습니다. 인간 광우병으로 사망한 영국인의 100%가 MM형 유전자를 가진 사람들인데 영국인은 37%가 MM형 유전자인 반면 한국인은 94%가 MM형 유전자를 갖고 있다는 것도 노무현 정부때 이미 방영했던 것입니다.

문제가 되는 MBC PD 수첩을 보지는 않았지만 MBC가 방영한 것은 그동안 축적해 둔 자료를 모아서 광우병의 위험성을 알리고자하는 연장선상에서 그랬을 겁니다. 물론 인터뷰를 하는 당사자의 발언이 아닌 의도를 추정해서 CJD와 vCJD를 다르게 방송했다는 잘못은 있지만 그것은 광우병의 위험을 알리고자 했었던 것이라 봅니다. 아마 정권이 바뀌지 않았다해도 MBC는 방영했을 겁니다.

그리고 한국 주부님들을 대상으로 여론 조사를 했더니 10명 중 7명꼴로 미국산 쇠고기 구입에 부정적 태도를 보였고 시민단체는 안전한 검역조치가 없는 상태에서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는데 반대한다는 성명을 내기도 했습니다.

모두 조선일보에 보도되었던 내용을 쓴 것입니다.

MBC, KBS, 일반국민들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없습니다. 달라진게 있다면 바로 조선일보입니다. 이전 정권에서는 광우병 의심쪽의 기사들을 올렸고 광우병 위험을 방송하는 방송사나 이에 부정적인 국민들에게 아무런 말도 없더니 정부와 여당만 바뀌었을 뿐인데 갑자기 미국산 쇠고기는 무조건 안전하다로 돌아서 버렸습니다.

그것도 모자라서 이젠 양방송사와 국민들을 '빨갱이'라 하십니까? 변한건 조선일보밖에 없는데 그대들은 웃기지 않습니까?

광우병이 어떻게 몇 달 사이에 괴담으로 둔갑되어 버립니까? 그리고 '광우병에 걸릴 수도 있습니다', '광우병에 걸릴지도 모릅니다'를 어떻게 '광우병에 걸립니다'로 말을 바꿔서 기사를 쓰십니까?

아~~~ 사정이 변한게 있긴 있습니다. 국제수역사무국(OIE)이 미국을 광우병 위험이 통제된 국가로 분류했었죠? 그래서 미국산 쇠고기가 전혀 위험하지 않다는 말이죠? 미국보다 일본이 광우병 발생률이 더 높다는 말이죠? 그런데 일본은 도축되는 모든 소의 뇌를 가지고 광우병 검사를 하지만 미국은 도축되는 소의 1%도 안되는 소만 광우병 검사를 합니다. 요즘 조선일보는 항상 이건 써주지 않더군요.

그리고 국제무역사무국에서 광우병 위험 통제국 지위를 받자마자 USDA는 모든 쇠고기에 대해 광우병 검사를 하겠다는 미 정육업자를 막고 나섰고 모든 쇠고기에 대한 광우병 검사를 허용하고 있지 않습니다.

USDA가 광우병 전수검사를 극력 반대하는 이유도 알 수 없지만 OIE는 올해까지도 광우병 발생이 이어지고 있는 영국과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에 대해서도 광우병 위험 통제국 지위를 부여했습니다. 미국이 광우병 위험 통제국가로 분류되어서 쇠고기가 안전하다면 이젠 이들 국가에서도 제한 없이 쇠고기를 수입해야 하는 겁니다. 어떤 명분으로 그것을 거절할 수 있겠습니까?

조선일보 그대들이 광우병을 제대로 인식하게 하고 싶다면 광우병이 100% 안전하냐 아니냐의 이분법적 접근보다 어떻게 더 안전하게 관리하느냐에 사회적 논의의 초점을 맞춰야 됩니다. 이것도 물론 조선일보가 정권이 바뀌기 전에 썼었던 말입니다. 그런데 정권바뀌자 조선일보는 100% 안전하다로 돌아섰고 어떻게 안전하게 관리하는가에 대해서는 괴담이라 폄하합니다.

"FTA는 국익을 위해 하루빨리 체결돼야 한다, 쇠고기는 따로 다루자."

"쇠고기 삶아먹으면 괜찮은거 아니냐? 나 같으면 (광우병 걸릴 확률이) 10만분의 1이라고 하면 혹시 그 10만분의 1이 내가 되더라도 먹겠다."

이거 참 웃기죠? 이런게 바로 괴담이란 것입니다. 위는 조선일보가 직접 언급했던 것이고 아래는 조선일보가 부추겼던 측면이 강하다고 생각합니다.

노보에 이런 정도의 글이 기고될 정도라니 조선일보 참 암담합니다. 조선일보가 쓰레기라 놀림받아 마땅하다고 생각됩니다.

그대들에게 변화를 할 의향이 있는 것인지 그래서 국민들에게 희망을 줄 언론이 될 수 있을지 걱정스럽습니다. 이념에 얽매인 구시대 논객들이야 시대흐름에 둔감하다치더라도 그대들마저 그런 구시대 논객들의 품에서 안주하려 하고 있군요.

그대들은 국민들을 가르치고 선동할 수 있다는 오만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국민들은 불합리한 이념선전이나 일방의 주장만 대변하는 신문이 아닌 보다 다양하고 살아있는 유익한 정보를 전달하는 합리적인 언론을 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