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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빵왕' 설빙초 마신 탁구의 치료법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에서 김탁구는 결국 구마준이 가져다 놓은 독초인 설빙초액을 한 숟가락 입 안으로 삼키고 만다. 드라마의 여러 정황을 보면 마치 조진구가 설빙초액을 바꿔치기했을거라는 암시를 흘리는듯하나 김탁구가 설빙초액을 삼킨 것은 확실한 것으로 보인다. 그럼 설빙초를 삼킨 김탁구는 과연 미각을 잃고 더 나아가 후각까지 잃게 되고 말 것인가? 그러나 그런 극단적인 상황은 생기지 않을 것이다. 독이라는 것은 반드시 해독하는 방법이 있게 마련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된다.

일단 설빙초란 단어는 작가가 만들어낸 허구로 보는게 맞을 것 같다. 한데 나는 작가가 언급한 설빙초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우연히 알게 되었다. 작가가 설빙초란 용어를 사용한 의도를 알 수 없기에 구체적인 언급은 하지 않을 생각이니 그 정도에서 이해하고 글을 읽으면 되겠다.

팔봉선생의 언질을 받은 양미순은 김탁구와 구마준에게 이스트 없이 빵을 부풀리는 방법이 발효에 있다는 힌트를 흘린다. 이를 들은 구마준은 발효종에 대한 책을 보다가 독초인 설빙초의 존재와 그 부작용까지 함께 알게 된다. 김탁구와 같은 후각을 갖지 못했다는 열등감과 어떻게든 김탁구를 찍어 눌러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구마준은 결국 설빙초액을 구입한다. 그리고 김탁구의 음용수병에 투입하려다가 조진구가 나타나는 바람에 미수에 그치고 설빙초액이 든 병을 상의 주머니에 넣어둔 채 가족모임에 나간다.

미순의 모친인 오영자가 팔봉선생 수하생들의 옷을 세탁하려다가 마준의 주머니에서 설빙초액이 든 병을 발견하고 뭔지 몰라 들고나와 팔봉제빵집 식구들이 모여 앉은 탁자에 내려놓는다. 양인목이 설빙초액이 든 병을 들고 이 약병이 뭐냐고 궁금해하고 허갑수는 산삼엑기스일지도 모른다며 그 약을 마시려고 한다. 그 때 가족모임에서 돌아 온 구마준이 놀라 설빙초액이 든 병을 낚아채간다. 당황한 허갑수가 뭔데 그렇게 매처럼 확 채가느냐고 묻자 구마준은 조제받은 감기약이라고 둘러댄다.



이 때 조진구의 행동은 조금 수상해 보인다. 이미 구마준이 갖고 있는 병의 정체가 수상하다고 느끼고 있었음에도 그것을 허갑수가 먹고 싶다고 말하는데도 너무도 태연자약해 보이니 말이다. 그러나 이 장면은 허갑수가 설마 남의 것을 가로채지는 않을거라는 믿음이 있었기에 그리 행동했던 것으로 봐야 맞을 것 같다. 물론 여기서 시간상으로 보면 조진구가 그 병에 든 내용물을 바꿔치기하기에는 충분해 보이지만 그렇게 볼만한 단서는 불충분하다. 구마준이 설빙초액이 든 병을 뒤에 감추고 있는 것을 수상쩍게 바라보고 있는 팔봉선생의 행동을 봐도 역시 조진구가 바꿔치기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김탁구는 구마준이 식사라도 하자는 말을 믿고 약속장소로 나가지만 서인숙과 구자경, 구자림 자매가 앉아 있는 것을 보고 당혹스러운데 신유경도 함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김탁구는 충격을 받는다. 김탁구는 신유경에게 '내가 잘못 생각하고 있는게 맞는거냐'고 묻지만 신유경은 '미안하다'며 나가버리고 구마준으로부터 모욕까지 당하고 유경을 부르며 절규한다. 이렇게 탈진상태가 되어 돌아 온 김탁구는 제빵실에서 일을 하다가 결국은 감기몸살이 겹쳐 쓰러지게 된다.

한편 방으로 돌아온 구마준은 자기가 찾고 있던 것과 똑같은 새 제품의 카세트가 책상위에 놓여 있는 것을 발견한다. 양미순으로부터 김탁구가 신문에 엄마를 찾는 광고를 내기 위해 모아두었던 통장을 헐어 사다놓았다는 말을 듣게 된다. 이 말을 듣고 마음에 동요가 생긴 구마준은 '너랑 같이 여기 팔봉빵집에서 빵을 만드는게 좋고 즐겁다'는 김탁구의 말을 떠올리다가 '바보같은 자식'이라 말하며 카세트와 함께 설빙초액이 든 병을 책상 서랍에 던져 넣는다.

다음 날 제빵일을 시작하려는데 김탁구가 보이지 않고 제빵실에 쓰러져있는 것을 양미순이 발견하게 된다. 온 몸이 불덩이같이 뜨거운데 이른 시간이라 일단은 방에다 눕히고 조진구는 문 연 약국을 찾아 해열제를 사러 나간다. 이 때 오영자는 전날 밤에 태조가 조제한 감기약이라고 했던 말을 떠올리고 설빙초액이 든 병을 서랍에서 찾아내 김탁구에게 먹이려고 한다. 오영자는 양미순에게 '일단 한숟가락만 먹여보고 약효가 있으면 더 먹이자'며 설빙초액을 숟가락에 따라주고 양미순은 설빙초액을 따른 숟가락을 김탁구의 입으로 가져간다.

이 때 제빵실에서는 양인목이 전날 밤에 구마준이 조제한 감기약이라고 했던 말을 떠올리고 구마준에게 묻는다. 고재복이 '그거라면 사모님이 워낙 손이 빠르니까 벌써 찾아다 먹였겠다'고 말하고 허갑수는 '오여사가 비상사태일수록 빠르다'며 맞장구를 친다. 이 말을 듣고 있던 구마준은 '안 돼'라고 외치며 다급하게 안채로 뛰어가는데 방문 앞에 다 와서 넘어지는 바람에 간발의 차이로 설빙초액이 김탁구의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것을 보게 되고 그 자리에 주저앉아버리고 만다.



일단 여기까지가 설빙초액과 관련한 드라마속의 내용이다. 여기서 예상해볼 수 있는 경우의 수는 김탁구가 삼킨 것이 과연 설빙초액이 맞는가의 여부와 조진구가 과연 설빙초액을 바꿔치기했을까의 여부다. 개인적으로는 조진구가 설빙초액을 바꿔치기하지는 않았을거라는 쪽으로 예상하는데 그 이유는 상기한 바와 마찬가지로 조진구와 팔봉선생의 행동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글의 서두에서도 밝혔듯이 이 글은 독이라는 것은 반드시 해독하는 방법이 있게 마련이라는 것에서 출발한 글이기에 김탁구가 삼킨 것은 설빙초액이 맞을거라고 가정하고 출발한다. 팔봉선생은 다양한 발효종을 연구했을 것이므로 당연히 설빙초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을 것이고 또한 그 해독방법에 대해서도 아주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어쩌면 팔봉선생은 조진구로부터 구마준의 이상한 낌새를 얻어듣고 구마준이 갖고 있는 병 속에 든 액체의 정체에 대해서도 알고 있기에 구마준이 어떻게 하는지를 시험해보기 위해 그냥 지켜보고 있었을 수도 있다는 추정도 해보지만 이는 좀 앞서간 비약일수도 있다.

설빙초는 작가가 만들어 낸 용어인지 실제로 그렇게 부르기도 하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다. 하지만 나는 우연히 설빙초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그리고 그 해독방법이 있다는 것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다. 설빙초액은 냄새가 없고 혀를 마비시키며 맛은 몹시 맵고 쓰며 성질은 뜨겁고 독이 많다고 한다. 이를 해독하기 위해서는 검은콩(검은콩은 예로부터 해독제로 이름이 높다고 한다)에 감초를 배합해서 달여 마시거나, 생강즙을 마시거나, 어린아이 오줌을 마시거나, 황련을 달인 물을 마시면 효과가 있다고 한다.

다행히 김탁구가 삼킨 설빙초액의 양은 그리 많지 않다. 그러므로 김탁구가 설빙초액을 실제로 삼킨 것은 맞지만 이를 해독한다는 추정이 더 설득력이 있을 것 같다. 설빙초 사건과 관련해서는 아무래도 글 하나를 더 써야 될 것 같다. 글이 너무 길어져서 더 쓰는 것은 의미가 없겠기에 내일 정도에 글 하나를 더 써볼 생각이다. 아무튼 김탁구가 설빙초액을 삼켰다고 미각과 후각을 잃게 되는 것은 아닌가 너무 조바심낼 필요는 없을 것 같으니 편안하게 다음주를 기다려도 될 것이라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