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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주알 고주알/SPORTS

정대세의 눈물, 안타깝고 착잡했다

브라질과의 일전을 앞두고 거행된 식전 행사에서 북한 국가가 나오자 북한 대표로 출전한 정대세는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정대세는 선수로서 좋은 경기를 하겠다는 비장한 각오로 경기에 출전했을텐데 무엇이 그로 하여금 뜨거운 눈물을 흘리게 만들었을까?

주지하다시피 재일동포 3세인 정대세는 J리그 가와사키에서 활약하고 있으며 이번 월드컵에서는 북한 대표로 출전했지만 그의 형식적인 국적은 대한민국이다. 정대세는 한국 국적을 가졌기에 북한 축구 국가대표가 되기 위해서는 한국 국적을 포기해야만 했다. 그러나 남북한간의 특수관계상 한국 국적을 포기할 수가 없게 되었고, 재일조선인축구협회의 도움으로 FIFA에 자필 청원서를 보내는 등의 우여곡절 끝에 북한 국가대표가 될 수 있었다고 한다.

남북한간에 정치적인 관계를 떠나 인도적인 차원에서 해결해 주었다면 간단했을 문제였음에도 FIFA의 도움을 받은 후에야 해결되었다는 것은 답답한 노릇이다.

정대세가 경기를 앞두고 흘린 뜨거운 눈물은 방금 올라 온 연합뉴스를 보면 "세계선수권대회에 드디어 나오게 됐고 세계 최강 팀과 맞붙게 됐기 때문에 좋아서 그랬다"고 답했다는데 아마도 개인적으로 복합적인 감정이 벅차 올라서였을 것이다. 그렇지만 최근에 천안함 침몰 사건으로 인해 남북한간에 극단적인 대치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시기에, 한국 국적자임에도 북한 여권을 사용하는 등 한국인도 북한인도 아닌 굉장히 복잡한 상황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 정대세가 흘리는 뜨거운 눈물을 보게 되니 참으로 안타깝고 착잡했다.



SBS는 중계방송에서 북한 국가가 나올 때 가사를 자막처리하지 않았다. 총, 칼에 죽네 사네하는 타 국가의 호전적인 내용의 국가 가사는 친절하게 자막처리를 해 주었던 것에 비하면 이해할 수 없는 조치였다. 북한 국가의 가사에 어떤 내용이 등장하는지 알지는 못하지만 거기에 북한체제 옹호나 체제 유지를 위한 가사가 들어 있다고 하더라도 굳이 작위적으로 뺄 필요는 없지 않았을까 싶다.

브라질에 맞선 북한의 수비 조직력은 상당히 강인했다. 수비수를 많이 두어서 밀집되어 있지만 공을 가진 선수를 순식간에 두 명, 세 명이 에워싸며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북한의 수비는 많은 훈련을 했던 것 같다. 북한 선수들이 월드컵이란 큰 무대에서 특히 세계 최강 브라질이란 이름값에 주눅들지 않고 자신감이 있어 보였다는게 개인적으로는 의외였다.

후반에 들어서면서 브라질은 공격의 템포를 빠르게 가져가면서 찬스를 만들기 시작했는데 결국 마이콘에 의해서 실점을 하고 말았다. 이 골은 골키퍼의 실수였다는 정대세의 지적보다는 마이콘의 슛이 좋았다는게 더 적확할 것 같다. 그 상태에서 발목을 돌려 아웃사이드 킥으로 골문을 향해 슛을 하는 창의적인 플레이를 할 수 있다는게 브라질이 세계 최강인 이유일 것이다. 실점을 한 후 북한의 수비라인이 위로 올라오게 되었는데 호비뉴의 근사한 패스 한 방에 수비가 뚫렸고 이를 놓치지 않고 엘라뉴가 두 번째 골을 성공시켰다. 이 골은 브라질의 완벽한 작품이었고 이런 기회를 놓치지 않는다는게 바로 강팀의 면모인 것 같다.

두 점을 내주고는 거의 하프라인 플레이라 해도 무방할 정도로 브라질의 일방적인 공격이었다. 그런 상황에서도 북한의 수비 조직력이 쉽게 무너지지 않았고 시간을 얼마 남기지 않고 한 골을 만회하며 분위기를 반전시켰지만 결국은 패배했다. 사실 북한과 브라질은 실력차이가 워낙 커서 이변을 점친다는건 무의미했다. 그런데 북한이 의외로 탄탄한 수비력으로 맞서면서 잘 버텨냈고 후반에 두 골을 내주긴했지만 한 골을 만회하면서 다음 경기에서의 자신감을 얻었다는 것은 수확이라 할 수 있다.

북한은 포르투갈과 코트디부아르와의 경기를 남겨두고 있는데 북한의 수비 조직력을 볼 때 코트디부아르보다는 포르투갈이 상대하기가 더 쉽지 않겠나 생각된다. 1966년 월드컵에서도 북한은 첫 경기를 패했지만 8강까지 진출했었는데 이번에도 남은 경기를 잘 치러서 좋은 성적을 냈으면 한다. 이번 월드컵에서 한국과 북한이 서로 만나려면 양팀 모두 4강 이상의 성적을 내야 가능할 것 같은데 그런 상상이 이루어진다면 정대세가 흘린 눈물은 한민족 전체의 눈물로 바뀌지 않을까하는 상상도 해 본다. 이번 월드컵에서 남북한 모두 좋은 성적을 거두어서 천안함 사태로 꽁꽁 언 남북관계가 조금 풀리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써 보는 글이다.



어허, 이런 경우도 있네요.
메인을 잘 안 보는데 오늘은 이상하게 눈에 띄는군요.
기념으로 캡쳐해 봤습니다.
가끔 다음에서 메인 제목을 뽑아내는 실력은 무릎을 탁 치게 하는데요,
이 제목도 마음에 탁 들게 뽑으셨군요.
제목을 뽑아내기 힘들 경우에 문의할 수 있는 담당자가 있었으면 어떨까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