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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주알 고주알/미디어와 언론

조선일보, 1인 시위 다른 대응

쇠고기 정국을 둘러싸고 1인 시위가 두 건 있었다. 20대의 젊은 청년이 촛불집회에 반대한다는 1인 시위를 벌였고 50대의 여성이 KBS 본관 앞에서 '공영방송 지켜내자'며 1인 시위를 했다. 그런데 그 대응방식은 정반대로 나타났다.

20대의 젊은 청년은 수십만명의 시위대 앞에서 여러날 1인 시위를 벌였는데 일부의 개념없는 사람들로부터 욕은 좀 얻어먹었으나 폭력을 당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50대의 여성은 고작 수십명의 시위대 앞에서 1인 시위를 했었음에도 각목등으로 집단폭행당하고 발길질까지 당해서 병원에 입원해 있다.

자칭 '정론직필'이라고 주장하던 보수언론들의 대응도 정반대로 나타났다. 20대의 젊은 청년이 1인 시위를 하자 '의인'이라 추켜세우며 칭찬 일색이었고 극소수의 개념 없는 사람들이 욕을 한 것을 두고 마치 촛불집회자 전체가 그 청년을 해치기라도 하는듯이 대서특필하고 사설에까지도 써댔었다.

그런데 50대의 여성은 집단폭행당해서 병원에 입원까지 했는데도 '정론직필'한다던 보수언론들은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고 꿀먹은 벙어리다. 압수한 차량에서 각목, 쇠파이프, 휘발유, 소주 등이 나왔는데도 무시하고 촛불시위대가 보수단체를 협박했고 보수단체가 위협을 느꼈다고 왜곡했다.

조선일보의 기사 내용을 한 번 보자.

'촛불 900명', '보수 20명'에 "죽이겠다" 협박
KBS 앞에서... 경찰 간부 40분간 억류하기도 위협 느낀 보수단체 회원들, 텐트 걷고 철수

촛불시위대 900여명(경찰 추산)이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앞에서 천막을 치고 농성 중이던 보수단체 회원 20여명을 둘러싸고 "죽여버리겠다"는 등 협박했다. 위협을 느낀 보수단체 회원들은 경찰의 보호 속에 텐트를 걷고 철수했다.

이게 조선일보 기사의 요지인데 제목부터 아주 가관이다.

만약에 입장이 반대였다면 조선일보는 어떻게 반응했을까? "뭘 물어? 너 바보냐?" 그래 이게 정답이다. 질문하는 자체가 바보 짓이다.

촛불시위대의 일부가 행한 과격행위도 촛불시위대 전체의 폭력행위라 왜곡하고 비폭력을 외치는 촛불시위대를 폭력시위대라 매도했던 조선일보가 이 정도의 사태가 발생했었다면 아마도 게거품을 물고 덤볐을 것이다.

이쯤에서 의문이 생긴다. 조선일보를 비롯한 수구진영에서 말하는 폭력이란 무엇일까? 쇠파이프, 각목으로 집단폭행하는 것은 폭력이 아니고 개념없는 극소수의 사람들의 욕설 몇마디는 폭력이란 말인가? 더군다나 50대의 여성을 집단폭행한 것은 폭행이 아니고 20대의 청년에게 극소수가 던진 욕설만 폭행이란 말인가?

촛불집회의 폭력시위를 반대한다며 1인 시위를 벌였던 이세진, 그는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무슨 생각을 하며 지내고 있을까? 이세진 그도 역시 보수단체들이 매번 각목을 들고 나서는 것은 폭력이 아니라고 간주하고 스스로를 자위하며 지내고 있는가?

그가 촛불집회의 폭력적 요소를 반대해서 1인 시위를 벌였다면 미리 폭력에 사용될 도구를 구비한 채 물리적인 폭력을 휘두르는 보수단체의 폭력적인 시위를 반대해야 하는 것이 마땅하고 당연히 그들의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여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예전에 했던 그의 행동은 진정성을 인정받기 힘들다.

내가 이세진의 1인 시위와 관련한 개인적인 소감을 내 블로그에 올리자 하루에만도 수백명이 넘게 블로그에 찾아와서 반말 욕설을 퍼붓고 갔었다. 그들은 50대의 여성이 집단폭행당했는데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 내가 이세진을 모욕했다거나 폄훼하려고 하지 않았음에도 기본적인 이해력과 문장구사력도 없는 자들을 선별해서 블로그로 동원했던 그 배후에 도사리고 있는 자들에겐 50대 여성이 당한 물리적인 집단폭행은 폭력도 아닌가?

조선일보, 이 걸레쪼가리를 지키겠다고 '수구꼴통' 소릴 들어가며 20년 넘게 내 돈 내가면서 조선일보를 구독했었다는 사실이 치욕스럽다. '언론자유'라는 원칙에 얽매여서 현실에 눈 감았던 내 잘못이고 내 어리석음의 결과이니 이제와서 누굴 탓하고 싶지는 않다.

1등 신문? 조선일보는 절대 1등 신문이 될 수 없지만 1등 '찌라시'인 것은 맞다. 1등 기자? 조선일보에 소속된 기자들의 지식이 어떨지는 내가 직접 그 면면을 보지 못했으니 알 수 없으나 지성과 양심은 삼류축에도 끼지 못한다. 위의 기사만 놓고 봐도 조선일보와 소속기자들이 얼마나 형편없는지 알 수 있다.

동네신문 수준에도 못미치는 기사나 올리고 동네신문에 글쓰는 명예기자보다도 못한 기사를 쓰는 자들이 신문사 1등 기자랍시고 목에 힘 빳빳이 주고 다니면서 국민들을 가르치려고 들지 않나 아예 국민 전체를 선동할 수 있다는 오만에 가득차 있다.

촛불시위대가 조선일보 앞에 쓰레기를 쌓아두었던 퍼포먼스. 몇 달 전이었다면 아마도 너무 심하다는 의견을 가졌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쓰레기를 조선일보 앞에 쌓아둔 퍼포먼스만큼 조선일보를 적절하게 표현할 수는 없다는 생각을 한다. 두고두고 조선일보가 써먹게 될 먹잇감이 되었을지라도.

지금의 조선일보는 쓰레기라 놀림받기에 충분하고 당연하다. 조선일보는 더 이상 언론이 아니고 스스로 이것을 포기했다.


50대 여성을 폭행한 수구진영으로부터 압수한 차량에서 나온 폭력 도구들. 대체 이것으로 무엇을 하려고 했었다는 것인가?

2008.06.25